지방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중견 건설사들이 서울 정비사업 시공권을 잇따라 확보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주로 참여하는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대신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 재건축을 공략하고, 인접 사업지를 함께 수주해 브랜드 영향력을 키우는 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들은 대형사가 경쟁하는 대규모 정비사업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을 중심으로 서울 정비사업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올해 서울 정비사업 6곳, 총 8972억 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했다. 마곡동 신안빌라 재건축, 신림동 655-78번지 가로주택정비사업, 홍은1구역·충정로1구역 공공재개발, 천왕3역세권 재개발, 마포로5-2구역 재개발 등이 포함됐다. 서울 밖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대형 사업도 따냈다. 이달 20일에는 5154억 원 규모의 경기 부천 원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수주했다.
정비사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조직을 강화한 호반건설은 올해 서울에서 5곳의 공사를 수주했다. 중랑구 면목역 6-3·6-4·6-5구역을 한꺼번에 확보한 데 이어, 이달 19일 도봉구 창동상아1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과 중랑구 중화역2-6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특히 면목동 일대에서는 사업을 연계 수주해 앞으로 브랜드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개별 사업 규모는 대형 정비사업보다 작지만, 여러 사업지를 확보해 하나의 생활권에서 브랜드 영향력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대전광역시에 본사를 둔 계룡건설산업도 서울 정비사업 수주를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구로구 고척동 241-2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이달에는 종로구 신영동 신영 제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두 사업장의 수주 금액은 합계 1949억 원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본사를 둔 제일건설은 지난달 서울 강서구 화곡1동 354번지 모아타운 2-2구역과 2-4구역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올해 처음 서울 정비사업을 수주했으며, 두 사업을 합치면 약 850가구 규모다. 지난해부터 사업설명회에 참여해 수주 기반을 다져온 점이 시공권 확보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강남구 등 서울 핵심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구광역시에 본사를 둔 HS화성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잠원한신타운 소규모재건축과 성동구 성수동 신성연립 소규모재건축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달 말 강남구 대치동 비취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HS화성 관계자는 “단순히 사업 지역을 넓히는 것을 넘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중견 건설사들이 서울·수도권 정비사업 공략에 나선 배경에는 지방 주택시장 침체로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커진 점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217가구이며, 이 가운데 6만7223가구(98.54%)가 서울 이외 지역에 있다. 신도시 등 공공택지 공급이 예전보다 줄고 사업 시행 기회도 축소된 점 역시 중견 건설사들이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로 꼽힌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요가 부족한 지방 주택시장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환경 변화에 대응하면서 기존 공공택지 사업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