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이 7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청년 취업자는 46개월째 줄었다. 겉으로는 청년 구직시장이 나아진 듯 보일 수 있지만, 쉬던 청년이 일자리로 옮겨가기보다 실업 상태나 취업 준비 등으로 구직시장에 다시 들어온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8일 청년 기준 연령이 기존 만 29세 이하에서 만 34세 이하로 넓어지면서 고용지표의 착시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15~29세 ‘쉬었음’ 인구는 39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1000명 감소했다. 이 인구는 7개월째 줄었다.
다만 ‘쉬었음’ 청년 감소가 취업 증가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빈현준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구직 활동에 뛰어들면서 실업자로 옮겨간 게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서 8월 29세 이하 신규 구직자는 1년 전보다 1800명 늘었다.
고용보험 가입자도 48개월째 감소…청년이 원하는 일자리 부족
청년 고용지표는 전반적으로 악화했다. 8월 청년 취업자는 342만8000명으로 14만3000명 감소해 46개월 연속 줄었다. 청년 고용률은 44.1%로 1.0%포인트 하락했고, 실업률은 5.4%로 0.5%포인트 상승했다.
고용노동부 집계에서도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는 48개월 연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입자는 27만8000명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쉬었음 인구가 줄어든 것 자체는 긍정적 신호”라면서도 “청년 취업자가 46개월 연속 감소하는 상황을 함께 고려하면 본격적인 고용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확산과 제조업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고 서비스업은 저임금 일자리가 많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간에 이를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고용정책의 상당 부분을 청년에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청년일자리 회복방안’을 확정하고 2030년까지 민간·공공 일자리를 20만 개 이상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취업·주거·자산형성 등 청년 지원 예산은 올해 28조2000억원에서 내년 43조3000억원으로 53.5% 늘릴 계획이다.
청년 연령 34세까지 확대…새 통계는 과거 수치와 직접 비교 어려워
청년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고용지표를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해졌다. 개정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법적 청년 연령 범위는 만 1534세로 확대됐다. 정부는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에 있던 기존 연령 규정인 1529세를 삭제했다.
통계 기준도 바뀐다. 국가데이터처는 다음 달 발표하는 9월 고용동향부터 15~34세 기준 청년 고용지표를 추가 공표하고, 약 1년 뒤부터 이를 주 지표로 활용할 계획이다.
연령 범위가 넓어지면 청년 고용지표가 기존보다 크게 개선된 것처럼 나타날 수 있다. 8월 3034세 고용률은 81.8%로 1529세 고용률 44.1%의 두 배에 가까웠다. 15~34세를 하나의 청년 연령대로 묶으면 고용률은 56% 안팎, 기존보다 약 12%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추산된다. 실제 고용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착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새 기준의 지표를 과거 통계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흥준 교수는 “연령대가 달라져 이전 통계와 단절이 생기는 만큼 직접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청년 고용 때문에 의도적으로 연령을 늘렸다기보다는 청년 지원 대상을 넓히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년 연령 확대가 정책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익중 교수는 청년 범위가 넓어지면 한정된 예산 안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층에 대한 지원이 분산될 수 있다며 “연령만 올릴 것이 아니라 연령 구간별·상황별 맞춤형 프로그램 세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