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동안 친척들의 부동산 이야기가 오간 뒤 찾아온 9월의 끝자락. 내년이면 책가방을 멜 일곱 살 아이를 위해 학군지로 옮기고 싶지만, DSR 규제와 높은 호가 앞에서 4050 가장들은 후회와 고민을 삼킨다.
9월 29일 화요일 밤 11시. 아내와 아이가 잠든 거실에서 홀로 스마트폰을 켠 중년 남성의 화면에는 주식 창 대신 부동산 실거래가 앱이 떠 있다. 지도를 확대해 학원가가 형성된 동네의 아파트 단지를 살펴보다 보면 억 단위로 오르내리는 호가에 숨이 막힌다.
올해 일곱 살인 아이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애들 크는 건 금방인데, 언제까지 이 좁은 집에 살 순 없잖아. 학교 들어가기 전에 학군 좋은 곳으로 무리해서라도 이사 가는 게 맞지 않을까?” 며칠 전 저녁 식탁에서 아내가 조심스레 건넨 말이 귓가에 맴돈다. 하지만 지금 사는 집의 전세금을 빼고 마이너스 통장에 남은 대출 한도를 더해도 새 아파트에 들어가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 ‘그때 살 걸’… 행동하지 않은 데 대한 후회」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은 행동으로 입은 손실보다 행동하지 않아 놓친 이익, 즉 부작위의 후회를 더 고통스럽게 기억한다고 설명한다. 주식을 손절했을 때보다 팔고 난 뒤 가격이 급등한 것을 볼 때 미련이 더 커지는 것과 같다.
부동산 앱을 들여다보는 가장들의 머릿속에는 지나간 선택이 떠오른다. ‘3년 전 대출이 무서워 청약을 포기했던 그 단지’, ‘아내가 사자고 했을 때 집값이 떨어질 거라며 고집을 피웠던 순간’이 유령처럼 되살아난다.
성실하게 회사에 다니며 월급을 모아온 자신의 근면함이 자산 인플레이션이라는 큰 파도 앞에서 무능함으로 바뀐 듯한 무력감이 화요일 밤 거실을 무겁게 짓누른다.
「### DSR 한도에 막힌 가장의 고민」
월급날의 기쁨은 잠시다. 정부의 강력한 DSR 규제 아래 월급쟁이 가장의 대출 한도는 냉정하게 줄어든다. 열심히 일해 연봉을 높여도 집값 상승을 대출로 따라잡기조차 어려워진 시대다. 은행 앱에서 대출 한도를 확인한 뒤, 차가운 숫자를 마주한 가장들은 조용히 스마트폰을 덮는다.
아이에게 언제나 든든한 슈퍼맨이고 싶어도 부동산이라는 큰 벽 앞에서는 자신의 날개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아이가 더 넓은 거실에서 뛰놀고 더 좋은 환경에서 책가방을 메기를 바라는 평범하고도 간절한 꿈이,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부모의 자산 계급을 드러내는 시험대가 됐다는 생각도 든다.
「### 집의 크기가 아빠의 크기를 정하지 않는다」
화요일 밤 부동산 앱의 숫자에 자신을 지나치게 몰아세우지는 말자. 과거 주택 매수를 망설인 까닭은 투자에 무지해서가 아니라, 무리한 대출로 가족의 일상에 균열이 생길까 걱정한 가장의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었을 수 있다.
집의 평수가 넓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아이를 향한 사랑까지 좁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산이 부족하다며 미안해하고 남몰래 한숨짓는 마음만으로도, 당신은 아이에게 이미 훌륭하고 든든한 학군이자 피난처다. 팍팍한 현실에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내일 아침 다시 만원 지하철에 오를 묵묵한 출근길은 화려한 신축 아파트보다 고귀하고 위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