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서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의 매수세가 이어진 뒤 매물이 줄고 있다. 비교적 가격이 낮은 물건이 먼저 거래된 가운데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거래도 뜸해진 모습이다.
지난 28일 방문한 상계동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는 대체로 한산했다. 현장 중개업소들은 7월까지 이어졌던 생애최초 매수 행렬이 한풀 꺾였고, 새 매물과 거래 모두 줄었다고 전했다.
상계주공 3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저렴한 물건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대기자가 세 명가량 있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신혼부부가 급매물을 전세 가격과 비교해 매입을 고민할 수 있지만, 전세 매물도 부족해 안타깝다는 설명이다.
노원구에는 대출 규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10억원 이하 단지가 많아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층의 실수요가 몰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노원구의 생애최초 매수인은 604명으로, 신축 대단지 등기 신청이 집중된 강동구(2564명)에 이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약 76%가 20~30대였다. 7월에도 노원구 생애최초 매수인 617명 중 78%가 2030세대였다.
현장에서도 생애최초 매수자가 많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상계주공 5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방문 고객의 6070%가 신혼부부나 예비부부 등 생애최초 매수자였다고 전했다. 상계주공 7단지 앞 중개업소에서는 67월 계약 10건가량이 모두 신혼부부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중개업소들은 과거 집값 상승기에 투자 수요가 시장을 이끌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실제 거주할 집을 찾는 수요자가 중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요 특성에 따라 13평·17평 등 소형 평형 매물이 먼저 소진됐다. 상계주공 3단지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2021년에는 한 번에 3~4채를 사는 투자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며, 지난달 거래 10건 중 절반 이상은 집을 본 당일 계약했다고 말했다.
생애최초 매수자 상당수는 대출로 자금을 마련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에서 대출을 활용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의정부에서 전세로 살다 대출을 받아 매수한 부부도 있었고, 대출 한도를 최대한 채운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매물이 한정된 상황에서 실수요가 유입되면서 가격도 올랐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17~18평대 소형 매물 시세는 6억원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지에 따라 호가가 7억원대 중반까지 형성됐으며, 5억9000만원에 나온 매물이라면 당일 거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계주공 3단지 24평형(전용면적 58㎡)은 지난해 9월 7억1000만원에 거래된 뒤 올해 3월 8억8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21일에는 8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장 중개업소들은 현재 호가가 9억5000만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다만 호가와 실제 거래가격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가격이 한차례 오른 뒤 매도자와 매수자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양측이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5~10%가량이라며, 매수자는 5월 이전 수준의 급매물을 기다리는 반면 집주인은 노원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나오자 가격을 낮추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매뿐 아니라 전세 매물도 줄어 가을 이사철을 앞둔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셋째 주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상계·월계동을 중심으로 전주보다 0.3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셋값은 0.47% 올라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상 11월부터 이사철이 시작되는데, 그때는 전세·월세·매매 매물이 모두 줄어 급하게 집을 구하는 신혼부부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 경기도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실수요가 남아 있는 만큼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노원구 등 비강남권에서 청년층 매수 수요가 높아져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승세는 둔화하더라도 관성이 있는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