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의 한 아파트를 9억원에 매수한 20대 남성은 전세보증금 4억원을 낀 채 집을 샀다. 차액 5억원 중 2억원은 예금으로, 나머지 3억원은 부모에게 증여받아 잔금을 치렀다.
올해 경기도 아파트값이 5% 넘게 오른 가운데, 지난 1~8월 경기도 주택 매수 자금으로 쓰인 증여·상속액이 2조원을 넘어섰다. 광명·구리·동탄·기흥 등 집값 상승을 이끄는 선호 지역에 2030세대 매수세가 몰린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규제지역 지정, 대출 한도 축소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올해 1~8월 지역별 자금조달계획서상 증여·상속 항목 기재 현황’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수에 조달된 증여·상속액은 7조349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액수인 6조5782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조582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전체 액수 4조4496억원보다 약 3%(1325억원) 늘어난 규모다.
서울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 경기도에서는 증여·상속액 증가 폭이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컸다. 올해 1~8월 액수는 2조332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1조6664억원보다 약 40% 증가했다.
서울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 심화로 경기도 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 증여·상속 자금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자금도 커졌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경기도 12개 지역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올해 7월에는 동탄·구리·기흥도 추가 지정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진 점 역시 증여·상속 자금 의존도를 높인 원인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 통계상 지난달 경기도 평균 아파트값은 6억2214만원으로, 지난해 8월의 5억6346만원보다 10.4% 상승했다. 전용면적 ㎡당 평균가격은 774만4500원이며, 이른바 국민평형인 84㎡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6억5054만원으로 전년 동월 5억8482만원보다 6000만원 넘게 올랐다.
서울과 맞닿아 있거나 주거 여건이 좋은 경기도 핵심 지역의 상승률은 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지난주 경기도 아파트값은 0.23% 올랐고, 수원 영통구가 1.0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원 권선구는 0.66%, 용인 기흥구는 0.48%, 화성 동탄은 0.45%, 광명은 0.40% 상승했다. 안양 동안구·하남·군포는 각각 0.38%, 수원 팔달구는 0.36% 올랐다. 이들 지역의 상승세에 힘입어 경기도 아파트값은 올해 누적으로 5.16% 상승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수원 영통구를 포함해 경기 남부지역은 삼성전자 사내대출 효과로 유동성이 유입되며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며 “경기남부 지역에서 유입되는 유동성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25억원 이하(삼성전자 사내대출 가능 기준)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서울 포함 수도권 지역의 가격 하방 경직성을 공고히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