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을 1억원 넘게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부족한 금액을 월세로 전환하면 매달 주거비가 100만원을 넘게 됐습니다. 결국 신혼 생활을 미루고 부모님 댁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맞벌이하는 한 30대 부부가 전한 사정입니다.
이 부부는 수개월 전 전셋집 계약 만료를 앞두고 새 집을 찾았지만, 2년 사이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외곽으로 옮기는 대신 부모님 집에서 지내며 종잣돈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대출 한도까지 줄어 당장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월세 부담이라도 줄이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수도권 전월세난이 심해지면서 독립해 가정을 꾸린 30·40대가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의 부모 동거가 두드러졌다면, 최근에는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 부부까지 주거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부모와 함께 사는 이른바 **‘리터루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전셋값, 2년 새 1억여원 상승
2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2253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7월 7억458만원으로 처음 7억원을 넘어선 뒤 두 달 만에 1795만원 올랐습니다.
2024년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2040만원이었습니다. 2년 전과 비슷한 수준의 집을 새로 구하려면 보증금으로 1억213만원을 더 마련해야 하는 셈입니다. 인상분을 충당하려면 1년에 5000만원씩 저축해야 합니다.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해도 부담은 커졌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4만1000원으로, 2년 전보다 32만1000원(24.3%) 올랐습니다.
서울·수도권 전월세 물량 감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월세난의 원인으로 공급 부족과 규제의 부작용을 꼽았습니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실거주 의무 등 각종 규제가 겹치면서, 집주인들이 전·월세 매물을 내놓기보다 직접 거주를 선택해 시장의 매물이 줄었다는 분석입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8일 기준 서울 전·월세 물량은 3만803건으로 1년 전 4만3832건보다 18.4% 감소했습니다. 경기도는 1만8829건으로 1년 전 3만5992건 대비 47.7% 줄었고, 인천은 4204건으로 같은 기간 49.2% 감소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4만9000가구에서 올해 2만4000가구로 절반 수준이 됐습니다. 2027년에는 1만1000가구로 줄고, 2028년에도 1만 가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 임대차 시장 불안이 누적된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며, 실거주 규제 등으로 기존 주택의 매물 회전도 멈춰 임대차 가격을 조절할 시장의 자정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최소 2028년까지 역대 최저 수준의 입주 물량이 이어질 것이라며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이 상당 기간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