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대차 분쟁조정 접수 10건 중 7건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과 관련된 분쟁으로 집계됐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압박, 전세난이 겹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보증금 반환·갱신 거절 둘러싼 분쟁
한국부동산원이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유형별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접수 현황을 보면, 올해 1∼8월 접수된 1087건 가운데 ‘보증금·건물의 반환’이 361건으로 가장 많았다. 임대차 2법 시행 뒤 계약갱신 거절이나 계약 종료 시점을 둘러싼 갈등이 잦아지면서 보증금 반환 마찰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계약 갱신·종료 146건, 손해배상 122건, 계약 이행 및 해석 104건, 차임 또는 보증금 증감 39건이었다. 임대차 2법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유형을 합하면 780건, 전체의 71.8%다.
정식 분쟁조정이나 소송에 나서지 않고 절차와 시간·비용 부담 때문에 포기한 세입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시장의 혼란은 더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한 세입자는 올해 초 집주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뒤, 두 달여 만에 해당 주택이 매매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세입자는 집주인이 매수자를 구해놓고 실거주를 명분으로 갱신을 거절한 것 같다며 법적 보상 방법을 알아봤지만 절차 부담 때문에 포기했다고 밝혔다. 임대인이 애초에 실거주할 의사가 없었던 사실이 인정되면 민법 제750조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지만, 이를 입증하려면 증거 수집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계약갱신 거절이나 계약 취소의 배경은 다양하다. 서울 동작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 정책으로 유주택자의 전세대출이 막혀 세입자가 계약을 취소한 경우와 집주인이 다주택을 처분해야 해 계약을 취소한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한 집주인이 현재 상황을 고려해 실거주해야 할 것 같다며 갱신을 거절한 사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갱신청구권 사용 비율 감소
2020년 7월 31일 도입돼 시행 6년째인 임대차 2법을 두고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료 급등을 막아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려던 취지와 달리,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제도 도입 당시인 2020년 7월 서울 주택 평균 전세가격은 3억6907만원이었다. 1년 뒤인 2021년 7월에는 4억7774만원으로 29.44% 상승했다. 제도 도입 직후 매물이 줄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임대인들이 4년간 전셋값이 제한될 가능성을 고려해 신규 계약 때 시세를 높게 부르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후 금리 인상과 전세사기 여파로 일시적인 조정을 거쳤지만, 올해 7월 서울 주택 평균 전세가격은 4억9040만원으로 2022년 전고점을 넘어섰다.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쓰지 않고 재계약하는 이른바 ‘합의 갱신’ 비중도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 자료를 보면 전체 갱신 거래에서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비율은 지난해 8월 56.9%에서 올해 8월 48.7%로 8.2%포인트 감소했다. 합의 갱신 비중은 같은 기간 43.0%에서 51.2%로 8.2%포인트 늘었다.
갱신 계약 10건 중 5건은 임대료 인상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보호를 받지 못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이사할 집을 찾기 어려워 5%를 크게 웃도는 인상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대식 의원은 “시장 현실을 외면한 임대차 정책이 전월세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결국 그 부담을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으로 떠넘기고 있다”며 “정부는 실효성이 떨어진 제도를 붙잡고 있을 게 아니라 임대차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 국민의 주거 불안과 갈등을 줄일 수 있도록 제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