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며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가운데 도심 비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파트보다 공급에 걸리는 시간이 짧은 연립·다세대,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을 활용하되 수요자가 원하는 입지와 품질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주택자의 임대 공급 참여를 뒷받침하고 기업형 장기임대 시장을 키우는 방안도 필요하다.
비아파트 인허가, 2022년 대비 76.5% 감소
지난해 비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만3061가구로 전년 3만7330가구보다 11.4% 줄었고, 착공 물량도 7.7% 감소했다. 올해 8월 기준으로는 2022년 대비 인허가가 76.5%, 착공이 78.1% 줄었다.
전세사기 여파와 주택가격 하락 우려, 높은 토지비·공사비와 금융비용, 아파트 선호 심화가 공급 감소의 배경으로 꼽힌다. 분양·임대로 사업비를 회수하기 어려워진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까지 위축되면서 민간 사업자의 신규 사업 유인이 약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올해와 내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서울·경기 규제지역에 6만6000가구를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신청부터 심사와 매입약정, 토지 확보, 착공·준공, 매입과 입주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실제 공급까지 이어지는 과정의 병목을 줄여야 한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와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축매입임대 신청 물량은 28만8317가구였지만, 착공으로 이어진 물량은 1만4195가구에 그쳤다.
금융 지원과 공급 여건 개선
정부는 사업 초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LH의 토지 확보 지원금을 토지비의 최대 80%까지 높이고, HUG의 PF 보증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초기 자금은 토지비의 10% 수준까지 낮아졌다. 착공 뒤에는 공정률에 따라 3개월 단위로 매입대금을 지급하고, 공사비 검증으로 착공이 늦어지는 사업장에는 ‘선착공 후검증’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국토부는 수도권 비아파트를 올해부터 내년까지 4만1000가구, 2030년까지 11만가구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공급 물량뿐 아니라 입지와 품질을 함께 고려하고, 금융·규제 개선으로 민간 사업이 재개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비아파트는 분양과 임대 모두 어려워진 데다 토지비와 공사비도 올라 서울에서 신규 공급이 쉽지 않다며, 민간이 다시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금융과 규제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임대와 기업형 장기임대 확대
공공의 주택 매입만으로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인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민간임대 시장을 안정적인 공급원으로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정 기간 이상 임대하고 임대료·보증금 반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사업자에게 세제·금융 혜택을 예측 가능하게 제공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민간 공급 참여를 유도할 유인책이 부족하다며, 임대 공급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세제 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츠와 기관투자가가 주택을 장기간 보유·임대하는 기업형 장기임대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개인 임대인의 계약 갱신이나 매각에 따라 임대 매물이 급감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유형 장기 민간임대 도입과 리츠를 통한 안정적인 임대 운영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해 왔지만,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개인 중심의 민간임대 공급을 기업형 장기임대 중심으로 바꾸되, 임대료 인상 제한 등 임차인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성 요건을 갖춘 공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