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집값 억제 정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매·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흐름이 나타났다. 전세가격은 15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월세는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여러 차례 경신했다.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다세대와 단독주택의 전월세 가격도 오르면서 서울 무주택 세입자들이 ‘생존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15년 만에 가장 가파른 전세 상승… 월세도 최고치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올해 1~8월 서울 주택종합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은 5.91%였다. 2011년 7.62%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아파트 전세 누적 상승률은 7.35%로, 2011년 9.3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세 상승 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종합 월세 누적 상승률은 5.65%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 이후 가장 높았다. 종전 최고치인 2024년 1.41%와 비교하면 거의 4배에 이른다. 아파트 월세 누적 상승률도 6.69%로, 2024년 1.92%의 3.5배를 넘어섰다.
서울 임대차 시장은 2023년 하반기부터 올해 8월까지 3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서울 아파트 전세 상승률은 지난해 상반기 월 0.3% 안팎이었지만 점차 가팔라져 올해 5~7월에는 매월 1%를 넘기도 했다. 8월 상승률 0.95%가 9월에도 이어지면 주택종합 전세지수는 현재 101.9에서 임대차 3법 영향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22년 1월의 102.2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연립·다세대와 단독주택 월세도 상승
이번 임대차 상승세는 연립·다세대와 단독주택 등 비아파트의 전월세에도 나타났다. 올해 1~8월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 누적 상승률은 4.51%로 전세 상승률 4.04%보다 높았다. 단독주택도 월세 상승률이 3.27%로 전세 상승률 2.66%를 웃돌았다. 연립·다세대 전세지수는 지난달 101.4를 기록해 2022년 최고점인 100.8을 넘어섰다.
연립·단독주택 월세는 지난 8년간 연평균 변동률이 0% 안팎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2년 누적 변동률은 연립·다세대 8.01%, 단독주택 5.98%로 집계됐다. 아파트 전세에서 밀려 빌라 월세를 선택한 세입자들도 주거비 부담을 맞닥뜨리게 됐다.
임대차 부담에 서울 중저가 아파트 매매가 상승
임대차 시장의 상승 압력은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9월 셋째 주 기준 85주 연속 상승해 역대 최장 상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해 1~8월 누적 상승률은 7.52%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0.07%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았다.
8·3 세제개편 여파로 강남·서초구가 최근 45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성북·노원·중랑·도봉·강북·관악·강서·동대문구 등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한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들 지역은 올해 들어 누적 매매가격 상승률이 914%에 이르렀고, 지난주에도 주간 상승률 0.3~0.4%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생존 매수’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매수 움직임은 서울 출퇴근이 편리한 구리·하남·성남·광명·의왕 등 경기 핵심지로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세제 개편 등으로 강남 고가 아파트 가격이 꺾이고 있지만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서울과 경기 남부 집값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임대차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