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토지등소유자가 직접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에서 지주협의회 대의원회 의사록을 공개하지 않은 대표자에게 열람·복사의무 위반만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당연공개의무와 열람·복사의무는 대상 범위가 다르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2026.9.3. 선고 2025도19046 판결에서, 사업시행인가 전이라도 실질적으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토지등소유자 측의 대표자는 도시정비법상 열람·복사의무를 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사안의 A재개발구역은 조합을 설립하지 않고 토지등소유자가 직접 사업을 시행했다. 토지등소유자들은 자치규약에 따라 지주협의회와 대의원회를 구성했고, 지주협의회 대표자는 대의원회 의사록을 15일 이내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토지등소유자들이 서면으로 열람·복사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은 사업시행자 등이 각 호에 정한 서류를 작성·변경한 뒤 15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한다. 같은 조 제4항은 토지등소유자 등의 요청이 있으면 15일 이내 열람·복사에 응하도록 규정한다. 제138조 제1항 제7호는 두 의무의 위반을 처벌한다.
당연공개 대상은 법에 열거된 서류
대법원은 지주협의회 대의원회 의사록의 당연공개의무 위반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가 규정한 대의원회는 법령에 근거해 구성되는 단체인 반면, 지주협의회와 그 대의원회는 자치규약으로 만든 단체이기 때문이다. 기능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법정 대의원회로 취급하면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유추해석이 될 수 있다.
또한 공개대상인 ‘관련 자료’는 서류의 진정성립을 확인하는 자료나 해당 서류가 인용·첨부한 자료 등 불가분적 또는 직접 관련된 자료로 한정해야 한다. 공개 필요성만으로 범위를 넓히거나, 공개대상 서류가 작성되지 않았는데 관련 자료라는 이유만으로 공개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24.9.12. 선고 2021도14485 판결에서도 형벌법규의 엄격한 해석 원칙을 제시했다.
열람·복사 대상은 정비사업 관련 서류 전반
반면 제124조 제4항은 제1항의 서류를 ‘포함하여’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를 열람·복사 대상으로 정한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사업과 관련해 작성·보관하는 자료가 대상이 될 수 있고, 지주협의회 대의원회 의사록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토지등소유자가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사업시행자로서 실체를 갖추고 활동했다면, 사업시행인가 전이라도 그 대표자는 열람·복사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고 봤다. 지주협의회는 회장과 상근임원 등 집행기관 및 자치규약을 갖추고 사업을 주관했으므로, 대표자에게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대표자에게는 당연공개의무 위반이 아니라 열람·복사의무 위반의 죄책만 인정됐다. 판결은 제1항의 공개 의무는 법에 열거된 서류를 엄격히 대상으로 삼고, 제4항의 열람·복사 의무는 요청이 있을 때 정비사업 관련 서류와 자료 전반으로 폭넓게 적용된다는 점을 구별했다. 조합방식·신탁방식 사업에서도 두 의무의 범위가 다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