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수원교육지원청이 2004년 138억원에 매입한 수원 권선동 ‘권선2중’ 설립 예정 부지는 20년째 학교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학교 설립 계획은 저출생과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매입 3년 뒤 취소됐으며, 부지는 주민 텃밭과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사업의 임시 대체시설로 쓰였다.
13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경기·인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설립 계획이 취소된 뒤 장기간 미이용 상태인 수도권 학교용지는 최소 5만6103㎡다. 세 교육청이 보유한 토지는 학교용지를 포함해 서울 여의도 면적 2.9㎢의 23배에 이른다. 정부는 장기 미이용 학교용지를 주택 공급처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용지의 실제 이용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교육부 관련 고시는 개발사업 준공 후 5년이 지난 경우 등에 사업시행자가 개발지구 내 학교용지 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교육청이 자체 활용 계획을 세우면 미이용 부지 현황에서 빠질 수 있다. 교육청 자료에는 파크골프장·주차장·농촌체험학습장으로 쓰는 땅과 활용 계획만 세운 부지, 빈 땅이 함께 포함돼 실제 이용 현황을 구분하기 어렵다.
정부는 ‘학교용지 복합개발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했다. 내년 3월부터 시·도지사와 교육감은 장기 미이용 학교용지 현황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한 의원은 특별법 시행에 앞서 교육청이 보유 토지를 전수조사하고 대장을 정비해 필지별 이용 현황과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동두천시 송내동 696 일대의 1만3064㎡ 부지는 경기도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이 송내택지지구 학생 수용을 위해 2004년 52억1257만원을 들여 확보한 ‘송라중’ 설립 예정지다. 학교 설립이 무산된 뒤 약 20년간 방치됐다가 최근 동두천시에 무상 임대돼 파크골프장으로 쓰이고 있다. 교육지원청은 매각을 추진했으나 예산 문제로 어려워 1년 단위로 임대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취득 가격이 4억원대로 잘못 기재돼 현황 관리의 정확성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 ‘도원초’ 설립 예정지는 서울북부교육지원청이 2006년 143억9345만원에 매입했으며, 학교 설립 계획이 취소된 뒤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2011년 서울시에 학교용지 해제 의견을 냈다고 밝혔고,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 해제에 필요한 교육청 관리계획 수립과 자치구 제안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도봉구가 일대 지구단위계획을 정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수원 권선동 부지를 둘러싸고도 기관별 활용 계획이 달랐다. 국토교통부는 ‘8·13 부동산 공급대책’에서 이 부지에 주택 276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국회 제출 자료에 수원교육지원청 청사 또는 교육 관련 센터 용지로 계획할 예정이라고 적었다가, 추가 질의 뒤 공공주택 및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의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2021년 ‘시도교육청 공유재산 관리실태’ 보고서에서 학교 설립을 위해 부지를 확보하고도 후속 사업을 추진하지 않아 장기간 방치하는 사례를 지적했다. 교육부도 미사용 학교용지 해제 기준을 마련하고도 이행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해소 노력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학교 설립 계획은 인근 주택 규모와 인구 추계, 주변 학교의 수용 여력 등을 토대로 세우며, 교육청 자체 심사나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친다. 부지 확보 비용 등을 포함한 총사업비가 300억원 미만이면 교육청 자체 심사만으로 추진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에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이용 부지의 관리 주체를 정하고, 보유 목적이 사라진 땅의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