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농지 조사를 둘러싸고 농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직접 설명에 나섰다. 송 장관은 “잘못 알려진 사항이 너무 많고 이로 인한 오해가 재생산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우리 농업·농촌 현장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조사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이어졌다. 야당은 정부가 사실상 농민 전체를 투기꾼으로 취급한다고 반발했고, 여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전수조사라는 말을 빼야 한다”며 표현을 바꾸라고 주문했다.
송 장관은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농지 전수 조사 관련 농업인과 국민들께 드리는 글’에서 **“상속·이농·고령 등의 사유로 이뤄지는 관행적 임대차나 휴경은 처분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거짓 영농계획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불법 임대하는 등 투기 목적의 농지 이용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대표적인 투기 유형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을 내 농지를 취득한 뒤 경작하지 않거나 불법 임대하는 경우, 농업법인을 설립해 농지를 취득하고 불법 임대하는 경우, 경매 등을 통해 농지 지분을 공동 취득한 뒤 방치하는 경우 등이다.
송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도 “고령이나 상속, 이농으로 인한 휴경, 농지법상 허용되지 않은 임대차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이나 단속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투기의 경우가 아닌 농촌의 일반적 관행적 사항에 대해서는 이행강제금도 부과되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이어진 조사 방식 비판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농지 조사를 두고 “전체 농민들을 투기꾼 취급하면서 전수조사하겠다고 질러놓고 이제 반발이 너무 심하니까 조사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고위공직자들의 농지 투기 의혹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과거 개별 위반 행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다가 이제 전수조사에 나서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 때문에 너무 논란이 되고 있다”며 “농지 처분명령이 기존 재량에서 의무사항으로 강제되면서 현장의 공포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또 “대부분 고령농이고 농사도 힘든데 땅도 안 팔린다”며 “투기와 무관한 선의의 고령 농가들의 시름이 높고 호남의 농심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송 장관에게 “농지 전수조사인가”라고 물은 뒤 “전수조사라는 말을 빼야 한다”며 “농촌의 ‘농지 투기 조사’라고 하는 게 맞다”고 제안했다.
284만 필지를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농지 조사는 농지법 개정에 따라 진행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5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행정정보를 활용한 기본조사를 실시했다. 정부는 조사 대상 전체의 27%에 해당하는 284만 필지를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가 알려진 뒤 농민들 사이에서는 농지 가격 하락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정부와 민주당은 투기 목적의 농지 이용은 엄정하게 조사하고, 농촌 현실에서 생긴 경미하고 관행적인 위반 사항은 계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송 장관은 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그는 “농촌 환경 변화에 맞게 임대차·휴경 허용 사유를 확대하고, 임대차 계약서 작성 등을 지원해 실경작자 권리 보호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량 농지는 집적·규모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방치되는 농지는 생산성을 높이거나 농촌 활성화와 대체 소득 확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상속이나 고령으로 농지를 매각하려는 농가의 농지를 적극 매입하고, 농지연금으로 노후소득을 안정시키면서 해당 농지를 전업농과 청년농이 활용하도록 해 세대교체의 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