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주거환경과 청소년 자살률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택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청소년 자살률은 낮게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6일 발표한 ‘지역 환경이 청소년 자살에 미치는 영향: 주거환경 및 상업지역 특성을 중심으로’는 지역 내 주택가격과 소형주택 비율, 주거면적이 청소년 자살률과 부(-)의 관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부의 관계란 한쪽 수치가 높아질수록 다른 쪽 수치가 낮아지는 것을 뜻한다.
이진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전국 229개 시·군·구의 2013~2022년 청소년 자살 사망 자료를 분석했다. 청소년 자살 사망자가 없었던 14개 지역은 제외하고, 215개 지역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청소년 자살률은 해당 기간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를 청소년 인구 10만명당 수치로 환산해 산출했다.
분석 대상 지역의 청소년 자살률은 평균 41.37명이었다. 지역별로는 최저 6.13명, 최고 162.7명으로 약 26.5배 차이가 났다. 연구진은 구체적인 지역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지역별 청소년 자살률과 주거환경 특성을 비교해 관련 요인을 살폈다. 그 결과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청소년 자살률은 낮게 나타났다. 주거면적과 소형주택 비율 역시 자살률과 부의 관계를 보였다.
연구진은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해당 지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근린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며 “이것이 청소년 자살을 줄일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대한 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주거면적에 대해서는 “주거면적이 크다는 것은 가족 구성원 간 물리적 사생활 및 주거 쾌적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의미”라며 “가족 간 갈등 유발 예방과 청소년의 심리적 휴식 방해 요인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소형주택 비율은 “상대적으로 주거 확보가 용이하다는 뜻으로 주거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안정적인 사회경제적 환경과 정돈된 지역사회 조성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소년에게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하려면 학교 주변이나 통학로 등에 개인 공간이 부족한 청소년을 위한 시설을 늘리고, 폐쇄회로(CC)TV와 가로등이 충분한 깨끗하고 안전한 거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주택가격이 낮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도서관, 공원, 청소년센터 등 공공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주거지가 좁고 자산 가치가 낮은 지역일수록 청소년이 집 밖에서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용 거실 개념의 공간을 집중적으로 확충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자녀가 있는 가구를 위한 주택 정책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청소년기 자녀가 있는 가구의 심리적 독립 공간 확보를 위해 면적 기준을 상향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등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