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해외건설 수주액이 전달보다 4배 넘게 늘었지만, 수주 실적의 절반 가까이는 신규 일감이 아닌 기존 계약의 증액분이었다. 신규 수주는 많아야 절반 남짓에 그쳤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8억5035만달러로, 7월 약 6억달러보다 4배 이상 많았다. 다만 협회가 공개한 1000만달러 이상 주요 공사 가운데 증액으로 표시된 금액은 13억4507만달러, 전체의 47.2%였다. 확인 가능한 금액만 보더라도 실적의 절반 가까이가 기존 사업의 계약금액 조정에서 나왔다.
증액분 대부분은 삼성E&A가 수행하는 베트남 삼성전기 SEMV2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이 사업의 증액분은 9억5201만달러로, 8월 전체 수주액의 33.4%를 차지했다.
GS건설의 인도 LG전자 3공장 공사(1억162만달러)와 대우건설의 나이지리아 카두나·와리 정유시설 긴급보수 사업(각각 8511만달러, 5209만달러)에도 증액이 반영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인도 현대자동차 푸네공장 공사 등에도 증액분이 포함됐다.
국내 제조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투자를 따라가는 동반 수주도 눈에 띄었다. 삼성전기와 LG전자,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CJ제일제당의 해외법인이 발주한 공사가 주요 수주 목록에 포함됐다. 국내 기업의 해외 설비투자와 연계된 공사가 수주 공백을 일부 메우는 모습이다.
정부의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은 500억달러다. 그러나 1~8월 수주액은 147억4000만달러로 목표의 29.5%에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주액인 359억달러를 달성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통적인 수주 텃밭인 중동의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96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수주액의 48.9%를 차지한 중동은 올해 1~8월 23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전체 수주의 15.7%에 머물렀다.
미국·이란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발주처의 투자 결정이 늦어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카푸지 가스 프로젝트(약 20억달러)와 카타르 우레아 플랜트(40억달러) 등이 대기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수주가 예상됐다가 하반기로 미뤄진 대형 프로젝트들이 있어 추가 수주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발주처의 투자 결정과 계약 일정에 변수가 많아 실제 수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