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도시 문제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좋은 도시에 자리한 좋은 부동산이며, 좋은 도시가 없다면 좋은 부동산도 만들어지기 어렵다. 국민이 선호하는 도시공간의 희소성을 줄이는 것이 부동산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시라는 부동산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들은 부동산을 사고팔고 임대하고 세금을 매기는 대상으로는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시의 부동산은 거래에 앞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시 자체가 인간의 발명품이므로, 도시를 모른 채 도시의 부동산을 안다고 하기는 어렵다.
인류 문명은 도시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문자와 법, 시장과 화폐, 대학과 과학도 도시에서 나왔다. 산업혁명기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도시로 모였고, 도시는 생산과 시장의 중심지가 됐다. 지식산업 시대에는 도시의 역할이 한층 커졌다. 지식은 기계처럼 옮겨 놓을 수 없고 사람들 사이에서 오간다. 인재가 모이면 기업이 모이고, 기업이 모이는 곳에는 다시 인재가 모인다. 이제 세계는 도시 단위로 경쟁한다.
우리는 최빈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뤄낸 국민이다. 이제 위대한 나라를 꿈꾼다. 위대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위대한 나라를 세우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우리 도시뿐 아니라 선진국의 도시도 알아야 한다. 인상이나 경험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있다. 데이터로 도시를 이해해야 한다. 오늘의 도시를 객관적 자료로 설명하고, 앞으로 만들 도시도 데이터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도시들이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은 89곳이다. 반면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 약 51%가 모여 있다. 한쪽에서는 사람이 빠져나가고 다른 쪽에서는 인구가 몰리며 집값이 오른다. 두 현상은 서로 다르게 보이지만, 도시의 품질을 제때 진단하고 관리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은 같다.
도시 평가와 공급 정책은 그동안 주택보급률이나 인프라 확충 같은 양적 지표에 주로 기대 왔다. 그러나 주택 수가 많다고 도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는 여러 기능이 촘촘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복합 공간이다. 관련 지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분야별로 흩어져 있어 한 도시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했다. 도시의 품질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부동산원은 도시를 데이터로 진단하는 도시백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거, 교통, 교육과 일자리, 문화와 복지, 금융과 소비, 혁신성 등 여섯 범주 109개 지표로 도시의 체질을 살펴보는 작업이다. 범주는 데이터 축적 상황을 반영한 실무적 구분이며, 앞으로 더 정교해질 예정이다. 이 진단은 각 도시가 강점을 찾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돕는 도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도시를 측정할 **공통의 자(尺)**를 마련하는 일이다.
증상이 다른 환자에게는 각기 다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정확하게 진단해야 획일적인 정책을 넘어 각 도시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진단 결과가 공개되면 국민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를 선택할 수 있다. 신혼부부는 직주근접성과 주거비를, 자녀를 키우는 가구는 보육과 교육을, 은퇴를 앞둔 가구는 의료와 환경을 먼저 살필 수 있다. 시민들이 근거를 갖고 평가하면 도시도 이에 응답한다. 도시 간 건강한 경쟁이 품질을 높인다.
도시 진단은 국토 전체의 공간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작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수도권 과밀을 줄이고 비수도권에 경쟁력 있는 도시를 세우려는 국토균형발전 전략도 데이터에 기반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데이터에 바탕을 둔 정밀한 도시 진단으로 도시의 체질을 바꾸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에 살기 좋은 도시공간을 만들어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