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총사업비 100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북남고속철도 프로젝트를 두고 독일과 기술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빈그룹의 철도 자회사 빈스피드도 독일 지멘스와 대규모 철도 턴키 계약을 맺으면서 베트남 철도 시장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베트남 건설부, 독일과 북남고속철도 협력 논의
지난 21일 부이 쑤언 중 차관이 이끄는 베트남 건설부 대표단은 독일 방문 중 독일 당국과 주요 철도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북남고속철도 사업 시행 경험 공유, 기술 이전, 협력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중 차관은 “베트남이 독일의 과학기술과 기술 표준, 안전 관리, 철도 산업, 수출 금융, 인적자원 개발 분야의 강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양국 정부 기관과 기업 간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교류 채널이 구축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 차관은 베트남 국회가 승인한 국가 핵심사업인 북남고속철도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노선은 총연장 약 1541㎞의 복선으로, 궤간은 1435㎜이며 최고 설계속도는 시속 350㎞다. 여객역 23곳과 화물역 5곳을 두고 2035년 기본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중 차관은 현재 베트남이 프로젝트 타당성조사 보고서(FS)를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적이고 통합적이며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술을 선정하고, 베트남 여건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명주기 비용 관리와 사업관리, 인력 양성, 독립적인 운영·유지보수 역량 확보도 사업의 장기적인 성패를 좌우할 요소로 꼽았다.
베트남은 개방형 시스템 구조와 시스템 간 호환성을 확보하고, 특정 단일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 차관은 해외 파트너 및 기업과 고속철도 사업을 협력할 때 기술 이전을 선결 요건 중 하나로 제시했다. 지멘스 모빌리티와 독일철도공사(DB), 독일철도산업협회 회원사들에는 제품·장비 공급을 넘어 기술 이전과 인력 양성, 베트남 현지 기업 및 공급망 육성을 포함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베트남이 철도 제조·운영·보수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기술 자립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베트남 건설부 대표단은 독일 연방교통부에 고속철도망 계획과 투자 모델, 정부 기관·안전관리기관·인프라 소유자 간 역할 분담, 대형 사업의 예산·공정·품질·리스크 관리 경험 공유를 요청했다. 안전 평가와 독립적인 인증 체계, 운행 안전 관리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독일 연방경제에너지부에는 대규모 철도 사업을 위한 재원 조달 모델과 수출신용, 리스크 보증, 녹색금융, 기술·자본·서비스 결합 방안에 관심을 나타냈다.
독일철도공사(DB)에는 고속철도 시스템 운영·보수와 인프라 자산의 수명주기 관리, 철도 운송 및 역 운영 경험 공유를 제안했다. 지멘스 모빌리티와는 고속열차 차량과 전력화, 신호·통신, 열차제어, 차량기지, 정비 등 종합 솔루션을 비롯해 신뢰성·안전성·수명주기 비용 관련 지표를 논의했다.
빈스피드·지멘스, 최대 1조5517억원 규모 계약
민간 자본이 주도하는 고속철도 노선에서도 독일과의 협력이 이어지면서, 현지에서는 북남고속철도 사업에서 독일 기업이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빈그룹의 철도 자회사 빈스피드는 최근 독일 지멘스 모빌리티와 최대 10억유로(약 1조5517억원) 규모의 턴키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민자 고속철도 구간인 하노이꽝닌 구간과 호찌민시 벤타인껀저 구간을 연결하는 고속철도 노선을 공동 개발한다.
지멘스 모빌리티는 최고 시속 350㎞로 운행하는 고속열차 ‘벨라로 노보(Velaro Novo)’ 10편성과 통신·전철화 시스템을 공급한다. 빈스피드는 선로 시공을 맡아 베트남 철도 인프라 확장에 나선다.
한국 등 각국, 수주 경쟁
베트남 당국은 당초 올해 2·4분기 사업자 선정과 연말 착공을 목표로 했지만 관련 절차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총사업비 100조원 규모의 북남고속철도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 당시, 약 2400㎞ 구간을 중국의 차세대 고속열차 ‘푸싱호’로 10시간 넘게 이동하게 하는 등 철도 외교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도 수주전에 나섰다. 김윤덕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월 30일 또 럼 서기장을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철도 협력을 구체화하기 위한 인프라 외교에서 김 전 장관은 설계·건설부터 운영까지 철도 사업 전 주기에 걸친 기술력과 경험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