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건설사업관리(CM) 공사에서 입찰 담합으로 적발된 업체들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이후에도 LH 사업을 대거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의결을 받은 CM 업체 20곳 가운데 19곳이 이후 공고된 사업 43건을 따냈다. 계약액은 공동수급 지분을 반영해 총 2,941억원이다.
수주액의 98%인 2,880억원은 CM 사업이었다. 공정거래 위반에 따른 감점은 의결 당해 연도 입찰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고, 다음 해 공고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담합으로 감점 처분을 받은 20개 업체는 지난해 수주에 제약이 없었으며, 올해부터 공공공사 입찰에서 감점 대상이 됐다.
다만 담합 판정을 받은 업체 가운데 15곳이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이 진행되면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지 공정위 처분이 미뤄져 감점 제재를 받지 않는 구조다.
허영 의원이 조달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담합 판정 업체 11곳은 올해 LH가 발주한 CM 사업 17건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공정위 제재를 면제받은 A업체의 1건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B업체의 1건을 제외한 15건은 소송을 통해 감점 제재를 피했다. 감점 대상 수주액 약 821억4,000만원 중 86.3%인 약 709억2,000만원이 감점 없이 계약됐다.
올해 공고된 ‘고양창릉 S-3블록 및 S-4블록 건설사업관리용역’에서는 공정위 처분과 관련해 별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C사에 감점 0.2점이 적용됐다. 반면 0.3점 감점 대상이었던 D사는 관련 소송을 제기해 감점을 적용받지 않았다.
입찰 담합에 따른 손해배상금도 납부 기한까지 회수되지 않았다. LH가 산정한 이번 사건의 손해배상액은 약 356억원이며, 연대책임 등을 반영해 담합 관련 20개 업체에 청구한 금액은 총 875억8,468만원이다. 납부 기한인 지난 8월 21일이 지났지만 전액 미납 상태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납부 기한을 넘기면 지연 발생 시점이 속한 달의 금융기관 대출평균금리를 적용해 지연이자를 계산한다. LH는 업체에 지급할 다른 대가에서 해당 금액을 우선 공제할 수 있다.
허영 의원은 “공정위 의결이 나와도 당해연도 입찰 평가에는 반영되지 않고, 이듬해에 감점 대상이 된 뒤에도 소송을 제기해 확정판결까지 적용이 미뤄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의 정당한 권리구제는 충분히 보장하되 공정위의 담합 제재가 실제 입찰 평가에 반영되는 시점과 방식이 적정한지 제도의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