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덕성일반산업단지의 한 건물 옥상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예정 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벌목이 진행된 달봉산 주변으로 붉은 흙이 드러났고, 국도 45호선과 농경지가 이어졌다. 가로 약 4㎞, 세로 2㎞ 규모의 부지는 수년 뒤 반도체 생산기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용인 국가산단은 처인구 일원 약 778만㎡에 반도체 팹 6기와 발전시설 3기, 산업용 가스 공급시설, 소재·부품·장비 단지 등을 집적하는 사업이다. 부지에서 15㎞ 이내에는 삼성 평택·기흥·화성캠퍼스와 SK 용인 일반산단이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 중 수도권 반도체 생산거점 역할을 맡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8년 팹 1호기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팹 1호기 부지가 포함된 345만㎡ 규모 1공구 조성공사 사업자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됐으며, 추정 공사비는 1조860억원이다. LH는 이달 중순 시공 계약을 맺고 우선구역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업 초기에는 산지에 둘러싸인 입지와 대규모 보상 등이 난관이었다. 처리해야 할 토사와 암반은 약 5000만톤으로 여의도 매립량의 6배 수준이다. 판교 신도시 규모에 맞먹는 부지에서 보상 대상 필지는 3864곳이며, 가옥 401동과 주민 231가구의 이주도 필요했다.
예비타당성조사부터 산업단지계획 승인까지 통상 4년 6개월 걸리는 절차를 용인산단은 1년 9개월로 줄였다. 2023년 3월 후보지 발표 뒤 2024년 4월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신청했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8개월 만에 승인받았다. LH는 정부·지자체·삼성전자와 상생협약을 맺어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를 해소하고, 환경영향평가 사전 컨설팅을 활용해 13일 만에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토지 보상은 민·관·공 협의체를 구성해 주민 요구와 이주 대책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2025년 6월 보상계획을 공고하고 같은 해 12월 협의보상에 착수했다. 현재 사유지 면적의 **99%**에 대해 보상 절차가 진행됐으며, 협의취득 완료가 43%, 수용재결 신청이 56%다. 기존 기업의 영업 공백을 줄이기 위한 기업이전단지 15만평과 인접한 용인이동 공공주택지구 69만평도 계획돼 있다.
삼성전자 팹 2기가 들어설 산업2 용지와 초기 전력을 공급할 발전소 부지 등을 우선 추진구역으로 정해 사업·보상 역량을 집중했다. 설계와 발주, 사전공사처럼 병행할 수 있는 절차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사업지는 지난 9월부터 벌목과 문화재 조사를 포함한 사전공사에 들어갔다.
산단 운영에 필요한 공업용수는 한국수자원공사를 통해 하루 약 76만4000톤을 공급할 예정이다. 수도권 광역상수도로 31만톤을 우선 확보하고, 팔당댐 상류에 신규 취수장을 지어 45만4000톤을 추가 공급한다. 전력은 산단 내부에 새로 건설하는 LNG 발전소로 확보할 방침이다.
교통망도 정비한다. 사업지를 관통하는 국도 45호선은 팹 부지와 겹치는 구간을 피해 이전하고 8차로로 확장한다. 산단은 국도 45호선 등 4개 노선과 접속시설 2곳을 통해 인근 고속도로망과 연결될 예정이다. 본공사에서는 발파량을 늘리고 작업 이동로를 추가로 확보해 공사 속도를 높이는 한편, 사족보행 로봇과 자율주행 드론 등으로 안전을 살필 계획이다.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1 생산라인은 길이 518m 규모다. 용인산단에 들어설 팹은 가로 638m, 세로 211m, 높이 120m로 계획됐다. LH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라인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훈 LH 사장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신속한 생산거점 구축이 중요하다며, 공정 가속화 방안을 현장에서 관리하고 정부 및 입주기업과 소통해 사업을 적기에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