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민소영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금호동1가 129번지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을 둘러싼 가처분 사건 두 건에서 조합장 직무집행과 관련해 결정을 내렸다. 재검표 후 당선자로 공고된 후보의 직무집행은 본안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됐고, 최초 당선자를 대상으로 한 직무집행정지 신청은 모두 기각됐다.
재판부는 조합 선거관리규정이 정한 당선무효 결정 기한을 넘긴 뒤 이뤄진 당선자 변경은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선자 공고가 있은 지 두 달가량 지난 뒤 재검표로 당선자가 바뀐 사안이다.
사건은 조합설립 창립총회에서 치러진 조합장 선거로 시작됐다. 추진위원회 산하 선거관리위원회는 3월 28일 총회를 열어 선거를 실시했다. 기호 1번과 2번이 경쟁한 결과, 전체 투표수 278표 중 무효표 20표를 제외한 유효표 258표에서 기호 1번은 124표, 기호 2번은 134표를 얻었다. 서면결의서에 제출자의 신분증 사본이 첨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표가 무효 처리됐고, 선관위는 4월 1일 기호 2번 후보를 당선자로 공고했다.
이후 일부 조합원이 신분증 사본을 추진위원회에 직접 전달했거나 창립총회 대행 용역업체 직원에게 신분증을 촬영하게 해 제출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선관위는 5월 24일 재검표를 결정했고, 다음 날 심사한 뒤 기존 무효표 20표 가운데 16표를 유효표로 바꿨다.
두 후보의 득표가 각각 137표로 같아지자 선관위는 당일 기존 당선자 공고를 무효로 하고 조합장 재선거를 결정했다. 이후 무효로 남은 4표 가운데 1표도 용역업체 직원이 3월 23일 해당 조합원의 신분증 사본을 촬영한 사진이 확인됐다며 유효표로 처리했다. 선관위는 5월 27일 기호 1번 후보가 137대 138로 이겼다며 당선자를 변경했고, 6월 1일 당선무효 결정과 함께 재선거 결정을 취소하고 앞서 탈락했던 후보를 당선자로 공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선관위의 권한이 계속됐는지 살폈다. 선거관리규정은 선관위원 임기가 당선자 공고와 동시에 끝나고, 선거관리가 끝나면 관련 서류 일체를 조합에 넘기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선거 종료 뒤에도 기존 선관위원들이 직을 유지하며 당선무효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봤다.
창립총회에서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돼 선관위 업무가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감사 선임 업무와 조합장 선임 업무는 별개라며, 감사 선임이 마무리되지 않았더라도 조합장 선임 업무는 당선자 공고와 동시에 종료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주요 쟁점은 선거관리규정 제16조 제4항의 당선무효 결정 기한인 ‘10일 이하의 기간’을 언제부터 계산할지였다. 규정에는 기산점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 선관위 측은 재검표로 당선무효 사유가 확인된 때부터 기간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당선자가 공고된 때부터 기산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조합장이 조합을 대표하고 사무를 총괄하는 중요한 지위에 있다는 점, 조합 산하기관인 선관위의 결정으로 기간 제한 없이 조합장 지위가 박탈되면 법률관계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선관위원 임기는 원칙적으로 당선자 공고와 함께 끝나며, 기한이 지난 뒤에도 정관상 해임절차나 소송으로 당선 효력을 다툴 수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선거 실시 뒤의 당선무효는 후보자등록 취소보다 파급효과가 크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4월 1일 공고일을 기준으로 한 기한은 4월 13일까지였다. 기한 말일인 4월 11일과 그 다음 날인 12일이 모두 공휴일 등에 해당해 민법 제161조에 따라 기간이 다음 날 만료된 결과다. 하지만 당선무효 결정은 5월 25일에 이뤄졌다. 재판부는 기한을 넘긴 당선무효 결정과 이에 따른 당선자 변경 및 공고에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초 선임결의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선거 절차가 법령을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 선거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침해돼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한해 무효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2003다11837)의 법리는 선거의 유효성을 전제로 한 이번 사안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투표자료 봉인 훼손이나 신분증 사본의 임의 보관·사후 송부 등은 선거가 끝난 뒤 발생한 일이므로 선임결의 자체를 무효로 할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창립총회 소집통지 때 용역업체 직원을 통한 서면결의서 수거 방식이나 신분증 촬영을 통한 본인확인 방식이 미리 안내됐는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초 개표 때 신분증 사본이 첨부되지 않은 서면결의서를 무효 처리한 것을 명백한 법령·정관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선무효 결정은 다수 득표로 당선된 사람의 지위를 박탈해 권리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구성원의 선거권을 사실상 제한할 수 있다며 단체 내부 자치법규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