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지 선호와 ‘똘똘한 한 채’ 흐름이 강해지면서 수도권 아파트 단지들이 인근 랜드마크나 핵심 입지의 이름을 단지명에 넣으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행정구역이 다르거나 거리가 떨어진 유명 지역명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돈의문센트레빌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경희궁센트레빌’로 이름을 바꾸기 위한 전자투표와 서면동의를 진행했다. 총 **561가구 중 431가구(76.8%)**가 찬성했다. 집합건물법상 변경 요건인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 동의를 충족해, 입주자대표회의는 시공사 승인과 서대문구청 접수 등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올해 상반기 ‘경희궁센트레빌’, ‘센트레빌 센터퍼스트’, 기존 명칭 유지안을 놓고 선호도 투표를 했으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경희궁센트레빌로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 종로구 경희궁과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가까운 거리를 고려해 랜드마크의 인지도를 단지 가치에 반영하려는 취지다. 인근 경희궁의아침4단지 전용 150㎡는 지난 8월 말 27억2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고, 경희궁의아침2단지 전용 124㎡도 같은 달 21억9000만원에 팔려 처음으로 20억원을 넘겼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투표 공지에서 경희궁의 역사성과 서울 중심부의 상징성을 담아 도심 환경과 지역 정체성을 반영하고, 주거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 및 입주민의 자부심을 높이려는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단지명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무학현대는 ‘왕십리현대’로 바꾸기 위해 구청에 행정 절차와 요건을 문의했다. 2028년 입주 예정인 안양시 동안구 안양에버포레자연&e편한세상은 ‘인덕원’이나 ‘평촌’을 단지명에 넣는 방안을 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연말 준공 예정인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 장항 제일풍경채는 한강 조망 입지를 강조해 ‘한강 풍경채 어바니티’로 이름을 바꿨다. 화성시 동탄구 동탄파크자이는 GTX가 지나는 동탄역을 반영해 ‘동탄역자이’로 변경했다.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서진형 교수는 입지가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상급지 명칭이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명칭 차용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신중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도 입지와 연관성이 낮은 단지명을 자제하도록 행정지도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