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S개발 신지혜 상무는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서 24년간 리테일 트렌드를 살피고 개발 사업을 진행해 왔다. 건물주와 매장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까지 폭넓게 연결해 온 신 상무와 한국 상권의 변화와 해외 진출 전략, 지속 가능한 상권의 조건을 살펴봤다.
빠른 트렌드 변화가 한국 상권의 경쟁력이 된 이유
신 상무는 과거에는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소비자가 까다로운 점을 한국 시장의 약점으로 봤지만, 지금은 오히려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는 새로운 브랜드와 콘텐츠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평가한다. 좋은 반응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외면받는다. 브랜드에는 도전적인 시장이지만, 짧은 기간 안에 시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K팝·K뷰티·K패션·K푸드 등 K콘텐츠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동선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명동이나 면세점 같은 전통적인 관광 상권에서 쇼핑했다면, 이제는 성수·한남·연남 등에서 특정 브랜드와 콘텐츠를 찾아 동네 안으로 들어간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브랜드를 찾는 동시에 글로벌 브랜드도 한국 소비자와 서울 상권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해외 브랜드에 소비시장인 동시에 아시아 소비자의 반응을 빠르게 살펴볼 수 있는 시장이다. 신 상무는 서울에서 외국인은 한국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는 한국 소비자를 찾아오는 흐름이 함께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업자들이 있다. 신 상무는 상권을 살필 때 입지보다 플레이어를 먼저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좋은 입지가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에서 좋은 플레이어가 새로운 입지를 만드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브랜드의 해외 진출 방식도 달라져
무신사는 이미 해외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반찬가게 도시곳간은 싱가포르에 3개 매장을 열어 긴 대기 행렬을 만들었고, 실내 오락실 짱게임즈의 점포개발팀도 여러 해외 국가에서 진출 제안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브랜드가 진출할 나라와 현지 파트너를 직접 찾는 방식뿐 아니라, 해외 F&B 투자자나 패밀리오피스가 한국에서 브랜드를 발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주요 유통시설과 인기 상권을 둘러보며 시장조사를 하고, 관심 브랜드를 찾으면 본사나 대표에게 직접 연락해 자국 진출을 제안한다.
신 상무는 최근의 K리테일 해외 진출이 과거의 프랜차이즈 수출과 다르다고 봤다. 한국의 매장 형태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브랜드의 핵심 콘텐츠를 가져가 현지 파트너와 함께 시장에 맞는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방식이다.
부산에서 시작한 돈카츠 브랜드 톤쇼우는 서울보다 싱가포르에 먼저 진출했다. 도시곳간도 한국 매장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싱가포르에서 ‘비빔델리’라는 현지 포맷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성공한 매장의 외형을 복제하기보다, 브랜드가 사랑받은 이유를 찾아 핵심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성수에서 성공한 매장과 비슷한 곳을 방콕이나 싱가포르에서 찾아 그대로 내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도시마다 소비자의 생활방식과 소득 수준, 이동 수단, 외식문화, 상권 형성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래 지속되는 상권의 조건
신 상무는 어떤 상권이 성공적이었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리단길과 가로수길, 도산공원도 각각 사람들이 몰리고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서며 임대료와 부동산 가격이 오르던 시기가 있었다. 다만 상권은 계속 변한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사람이 얼마나 많이 몰렸는지보다 오랜 기간 큰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의 강한 상권은 흔히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곳에 한정되지 않는다. CBD(도심)·GBD(강남)·YBD(여의도) 같은 전통적인 업무 중심지는 오랜 시간 상권의 지위를 유지해 왔다.
성수동 역시 이제는 단순한 핫플레이스를 넘어 하나의 산업지역으로 성장했으며, 이른바 SBD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다고 신 상무는 설명했다.
신지혜 상무 인터뷰는 2026년 9월 28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