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공사비 검증 자율화는 현행 제도가 공사비 억제와 분쟁 종결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낸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공사비 검증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공사비가 수천억원 늘면 조합원 한 명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추가분담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증 전문인력과 기관을 확대하는 한편, 검증제도가 적정 공사비를 산정할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시공자에게 공사비 변동 전후의 세부내역과 산출 근거를 제출하도록 하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내면 실효성 있는 제재를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검증 결과와 다른 금액으로 계약하는 경우에는 차액과 사유를 총회에 공개하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공사비 검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시행자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허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정 검증 대상임에도 검증을 받지 않은 사업장은 2022년 14곳, 2023년 14곳, 2024년 28곳으로 최근 3년간 모두 56곳이었다.
도시정비법에는 검증 요청 의무가 규정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사업시행자를 직접 제재하는 조항은 없다. 검증을 받지 않더라도 즉각적인 불이익이 없어 의무조항이 사실상 선언적 규정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공사계약을 체결하는 정비사업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실질적인 억제력을 발휘할지 의문을 제기한다.
검증 미이행에 대한 제재만 마련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검증 결과를 따를 의무가 없고, 시공자가 핵심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부족하다. 검증 결과가 최종 계약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검증한 공사비 규모는 23조원 초과로 집계됐다. 그러나 검증 결과가 실제 계약에 반영됐는지 사후 확인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23조원이 넘는 공사비를 검증하고도 실제 반영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감액 권고가 실제 계약에 반영됐는지까지 추적·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