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택지 조성 절차를 병행하고 보상 인력을 늘려 주택 공급을 앞당기려 하지만, 실제 이주와 철거 과정에서 분쟁이 생기면 속도전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상과 함께 이주 주택과 생업 공간을 마련하는 선이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 입주 일정은 잇달아 늦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남양주 왕숙1은 최초 계획보다 14개월 미뤄진 2028년 5월 입주가 예정됐다. 왕숙2는 26개월 늦은 2029년 2월, 하남 교산은 27개월 뒤인 2029년 6월 입주 예정이다.
사업 지연에는 보상 절차가 큰 영향을 준다. 보상이 완료돼야 원주민 이주와 철거를 거쳐 착공할 수 있다. 토지나 지장물 소유자가 보상평가액에 동의하지 않거나 이주를 거부하면 수용재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보상이 끝난 뒤에도 퇴거하지 않으면 명도소송과 강제집행이 이어져 사업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8·13 주택 신속 공급 방안에서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주택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최단 37개월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보상 기간은 44개월에서 지구 지정 후 24개월로 단축한다는 목표다. 후보지 발표 직후 지구계획 용역과 보상 기본조사를 함께 진행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보상 전문인력 250명을 채용하는 등 총 344명을 보상 업무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행정상 보상 기간이 짧아져도 실제 이주까지 같은 속도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제도는 협의보상을 먼저 진행하고, 협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수용재결과 명도 절차로 넘어간다. 보상 기간을 줄여도 명도·철거가 지체되면 ‘닥공’ 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과거 1·2기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 개발을 거치면서 주민들의 보상 경험과 정보가 축적됐고 사유재산권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며 “생활 터전을 잃는 데다 보상금을 받아도 이사 갈 곳이 마땅치 않기도 해 주민이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용 대상 토지 대부분이 주거·영농·영업 등에 이용되던 땅인 만큼 토지 소유자로서는 수용 자체에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도 이주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보상금을 받아도 주변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는 기존 생활권 가까이에 새 집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공장이나 상가가 수용되는 경우에는 주거 공간뿐 아니라 생업을 이어갈 곳도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토지 보상 지연 외에 문화재 조사와 송전선로 이전 등 복합적인 요인도 사업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후속 택지에서는 보상 기본조사 단계부터 주거·영업·영농 관련 이주 수요를 파악하고, 이주자주택이나 대체 영업 용지를 보상과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보상과 이주를 동시에 추진하고, 일찍 합의한 주민에게 협조장려금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LH는 원주민에게 이주자택지, 전용면적 85㎡ 이하 이주자주택, 이주정착금 등을 제공하고 있다.
관건은 이주대책을 마련하는 시점이다. 이주자주택이 실제 철거 시점보다 늦게 공급되면 주민은 임시 거처를 다시 구해야 한다. 기존 생활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곳에 이주 주택과 생업 공간을 제때 확보해야 명도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다음 ‘닥공’ 시험대로는 3기 신도시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광명 시흥이 꼽힌다. 총 6만7000가구가 들어서는 광명 시흥은 올해 7월 본격적인 보상에 들어갔다. LH는 보상과 지장물 이전을 신속히 진행해 2027년 말 착공, 2029년 첫 분양, 2031년 최초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3기 신도시에서 반복된 보상·명도 갈등을 줄이고 이주대책을 보상과 함께 가동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닥공’ 방식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광명 시흥에서는 주택 공급과 함께 교통망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신도시 조성 중 주민들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려면 교통망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집만 빨리 짓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주근접을 제공해야 또 다른 병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