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14일(현지시간) 미국 빅테크와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가 하락했다. 국내 증시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약진과 공급 확대 우려에 이어 AI 인프라 투자 자금조달 우려까지 겹치며 15일 추가 하방 압력을 받게 됐다.
전날 코스피는 26.54포인트(0.44%) 내린 6,008.81로 마감해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장중에는 6,190.65(+2.57%)까지 올랐다가 하락 전환해 한때 5,944.65(-1.50%)까지 밀렸다. 코스피가 6거래일 넘게 연속 하락한 것은 지난 2024년 9월 3일부터 11일까지 7거래일 연속 내린 이후 2년여 만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천813억원 순매도하며 7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개인도 3천142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기관과 기타법인은 각각 8천84억원과 6천853억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는 전일 종가와 같은 23만2천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1.66% 내린 141만9천원으로 마감했다. 두 종목은 장 초반 반발매수로 4% 안팎 올랐으나 상승분을 반납했다.
뉴욕증시도 3대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09%, S&P 500지수는 1.11%, 나스닥 종합지수는 1.88% 내렸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해 시장 전망치인 3.6%를 웃돌았다.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9.1% 오른 가운데 에너지 이외 품목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CPI 발표 직후 한때 5.329%까지 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베이지북은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여파가 미국 공급망 전반으로 번지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는 것이 적절할 수 있지만 내년 추가 인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국제유가와 미 국채금리가 다시 오르면서 시장의 부담을 키웠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공격으로 사우디 국영 석유화학기업 아람코 본사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중동 무력충돌도 다시 격화했다.
세계 최대 노광장비 업체 ASML의 실적 발표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관련주 조정의 배경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6년 약 1조 달러에 이어 2027∼2030년 추가로 6조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비용과 금융비용을 고려해 12%의 투자자본수익률을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8조5천억 달러의 매출이 필요하지만,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최대 3조6천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가트너는 현 투자 추세가 이어지면 2030년까지 3조5천억 달러 이상의 AI 인프라 투자에 자산손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용 부담과 사업모델 차별화 부족으로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80% 이상이 독립적인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 같은 우려 속에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는 15.46% 급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1.80%, 알파벳은 1.68%, 메타는 3.27%, 아마존은 1.74% 하락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은 각각 3.16%와 3.10% 내렸다. 마이크론은 4.08%, 샌디스크는 5.33%, 웨스턴디지털은 4.36%, 시게이트는 4.50% 하락하는 등 메모리와 스토리지 관련주도 약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6.06% 내린 147.55달러로 마감해 7월 나스닥 상장 당시 공모가인 149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한국 증시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도 하락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ETF는 4.04%, MSCI 신흥지수 ETF는 2.05% 내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30% 급락했고 러셀2000 지수는 1.93% 하락했다. 다우 운송지수는 0.10% 상승했으며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2.89%를 기록했다.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는 작년 하반기부터 제기돼 왔다. 반도체나 전력 부족뿐 아니라 자금 조달이 AI 붐의 병목이 될 수 있다는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발언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했다. 다만 AI 반도체 수요와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는 견조한 상황이며, 앤트로픽과 TSMC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내달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앤트로픽은 이날 처음으로 분기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말까지 연환산 매출 1천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