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둔산동의 한 아파트를 사기로 한 한예린 씨는 계약금만 낸 뒤 중도금 지급일을 넘겼습니다. 매도인 서민호 씨는 내용증명으로 중도금 지급을 여러 차례 요구한 뒤 계약을 해제한다는 통지를 보냈고, 한 씨도 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서 씨는 마음을 바꿔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내라며 이행을 요구했고, 계약을 중개했던 김 대표에게도 도움을 청했습니다.
해제 통지를 받은 매수인은 계약을 어겼더라도, 뒤늦게 나온 매도인의 이행 청구를 거절할 수 있을까요?
민법은 계약을 해제할 때 상대방에게 의사표시를 해야 하고, 그 의사표시는 철회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계약이 해제되면 원칙적으로 당사자들은 서로 받은 것을 돌려주는 등 원상회복을 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해제 의사표시로 계약이 소멸하면 당사자 모두 그 효과에 구속된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계약을 위반한 매수인이라도 상대방이 해제해 계약이 끝난 뒤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이 존속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이행 청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 주장이 곧바로 신의칙이나 금반언 원칙에 어긋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계약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 등은 별도로 따져야 합니다.
이 사안도 해제 통지가 유효하게 도달해 계약이 해제된 것을 전제로 하면, 한 씨는 중도금과 잔금의 이행 청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계약 위반 책임과 해제 뒤의 이행 청구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참고: 민법 제543조, 민법 제548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다5497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