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봉제 작업장을 운영하던 이도현 씨가 원단업체를 하는 김서윤 씨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김 씨는 승소 판결을 받아 작업장 산업용 재봉틀 12대를 압류했습니다. 그런데 집행관은 이 씨의 재감정 신청을 이유로 매각을 미뤘고, 그 사이 전 직원 박하늘 씨 등이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 배당요구를 했습니다. 압류 약 8개월 뒤 재봉틀이 팔렸지만, 매각대금은 임금채권자들에게 모두 배당돼 김 씨는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재감정을 이유로 매각이 오래 미뤄졌고 그 사이 다른 채권자가 배당받았다면, 집행관의 직무상 잘못을 들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집행관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의나 과실로 위법하게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국가배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매각이 늦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감정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지연 기간이 필요한 범위를 넘었는지, 그 지연 때문에 실제로 배당을 받지 못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민사집행법은 압류일과 매각일 사이에 원칙적으로 1주 이상의 기간을 두도록 하고,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 매각되지 않으면 압류채권자가 집행관에게 일정 기간 안에 매각하라고 최고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집행관이 그 최고에 따르지 않으면 법원에 필요한 명령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각 최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집행관의 지연이 언제나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재감정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더라도 경매기일을 미루는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돼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지연의 이유와 기간, 그 사이 다른 채권자의 배당요구가 들어와 기존 채권자가 배당을 받지 못한 경위 등을 살펴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시가가 비교적 분명한 물건인데도 필요성이 약한 재감정으로 매각이 장기간 늦어졌고, 그 사이 들어온 배당요구 탓에 채권자가 실제 배당을 놓쳤다면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핵심은 매각 지연과 배당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를 구체적인 자료로 입증하는 것입니다.
매각 지연만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습니다. 지연의 합리성, 집행관의 과실, 실제 배당 손실과의 인과관계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1966. 7. 26. 선고 66다854 판결;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1다52773 판결; 민사집행법 제202조; 민사집행법 제216조 제1항,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