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외곽의 창고 부지를 두고 임대인 한 씨와 사업 동업자 이 씨는 매도인 박 씨와 함께 매매계약을 맺었고, 등기에는 각자 2분의 1 지분을 올렸습니다. 한 씨에게 돈을 빌려준 정 씨는, 한 씨가 얼마 뒤 자신의 지분에 이 씨 앞으로 가등기를 해 준 사실을 알고 취소를 고민합니다. 이 씨는 처음부터 한 씨 지분도 자신이 맡아 둔 것이라며, 매매대금 전부를 자신이 냈다고 주장하지만 박 씨는 그런 약정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씨가 대금을 모두 냈더라도, 한 씨의 지분을 책임재산으로 보고 가등기 말소를 구할 수 있을까요?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부동산을 사는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계약 당사자로 나서고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몰랐다면, 법률이 정한 예외에 따라 등기가 유효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매수인 명의와 등기 명의가 다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계약서상 매수인 등 계약명의자를 매매당사자로 본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안처럼 한 씨가 공동매수인으로 계약에 참여했고 매도인도 명의신탁을 몰랐다면, 이 씨가 대금을 냈다는 사정만으로 한 씨가 매매당사자가 아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씨가 매도인이 한 씨에게 계약상 권리를 귀속시키지 않으려 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입증하지 못하면, 한 씨가 지분을 유효하게 취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한 씨의 지분이 책임재산으로 인정되고 다른 책임재산도 없다면, 정 씨는 가등기 원인행위를 사해행위로 취소하고 가등기 말소를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핵심은 대금 송금자가 누구인지 하나만이 아니라,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였는지입니다.
참고: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 제4조, 대법원 2016.07.22. 선고 2016다20792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