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베이킹 작업실을 열려는 박수진 씨는 계약 전 임대인 오태식 씨에게 배기시설과 세척대를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오 씨는 공사 계획을 들은 뒤 계약을 맺었고, 공사가 시작된 후 현장을 몇 차례 찾았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사가 진행되자 오 씨는 무단 공사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중개사 김 대표는 계약 전 대화를 기억해 두 사람에게 당시 상황을 확인했습니다.
임대인이 공사 계획을 알고도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않았다면, 공사만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임차인에게 목적물 인도를 요구할 수 있을까요?
임대차계약에서 임차인이 약정한 방식으로 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임대인이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은 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아도, 계약 목적과 건물 구조, 실제 이용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묵시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사용 목적과 공사 필요성을 알고 있었고 공사 중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사안에서 법원은 그런 묵시적 약정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도 공사에 관한 묵시적 약정이 인정된다면, 임대인은 그 공사 사실만으로 계약을 해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임대인이 침묵했다는 사정만으로 언제나 동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계약 당시의 설명과 공사 범위, 이후의 대응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약정이 인정되는지가 해지와 인도 요구의 관건입니다.
참고: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09다64307 판결,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다25172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