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외곽에서 물류센터를 짓던 발주자 서린물류는 강우건설에 공사대금 일부를 선급금으로 지급했고, 설비공사를 맡은 다온설비에는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했습니다. 공사가 중단된 뒤 하도급법상 직접지급 요건이 발생하기 전에 도급계약이 해제됐고, 정산 결과 강우건설에 지급한 선급금이 그때까지의 기성공사대금에 모두 충당돼 서린물류가 지급할 잔액은 남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다온설비가 직접지급을 요구하자 서린물류는 이미 정산이 끝났다고 답했습니다.
직접지급 약정이 있어도, 청구 요건이 생기기 전에 선급금이 기성공사대금에 충당됐다면 하수급인은 발주자에게 대금을 청구할 수 없을까요?
하도급법은 정해진 사유가 생기면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만 발주자의 직접지급 의무는 원사업자에게 부담하는 대금 지급 의무의 범위를 넘지 않으며, 이미 지급한 하도급대금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제됩니다.
선급금은 특정 공정의 대가라기보다 공사 전체를 원활히 진행하도록 미리 지급하는 돈입니다. 계약이 해제되는 등 반환 사유가 생기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지급 기성공사대금에 선급금이 먼저 충당됩니다. 충당할 기성공사대금의 범위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당사자가 직접지급 대상 금액을 선급금 충당에서 제외하기로 별도로 정했다면 하수급인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약정도 통상 발주자에게 기존 도급대금 채무를 넘어서는 부담을 지우지는 않습니다. 직접지급 사유가 생기기 전에 선급금 충당으로 발주자의 도급대금 채무가 모두 소멸했다면, 발주자는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잔액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직접지급 약정만으로 이미 소멸한 도급대금 채무가 되살아나지는 않습니다.
참고: 대법원 2011.7.14.선고 2011다12194판결; 대법원 1999.12.7.선고 99다55519판결; 대법원 2004.6.10.선고 2003다69713판결; 대법원 2010.5.13.선고 2007다31211판결; 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다214437 판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4항;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제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