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솔바람면의 작은 임야를 산 이도현 씨는 산책길을 정비하다 오래된 봉분을 발견하고, 묘를 관리해 온 박서윤 씨에게 매년 60만 원의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박 씨의 집안은 1994년부터 봉분이 드러난 묘를 공개적으로 돌봐 왔고, 이 씨는 최근 경매가 아닌 일반 매매로 임야를 샀습니다. 중개사 김 대표는 묘가 언제, 어떤 경위로 생겼는지부터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20년 넘게 평온하고 공개적으로 관리한 묘라면, 새 땅 주인에게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될까요?
타인의 토지에 있는 분묘에 대해서는 일정한 요건 아래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묘를 설치한 경우뿐 아니라, 승낙 없이 설치했더라도 20년간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해 시효취득한 경우가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봉분처럼 바깥에서 분묘의 존재를 알아볼 수 있는 형태여야 하며, 평장이나 암장처럼 객관적인 외형이 없는 경우에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분묘기지권은 등기 없이 취득할 수 있습니다.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는 지료 약정이 없다면 사용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박 씨 집안이 묘를 20년 넘게 평온·공연하게 관리해 왔고 별도의 사용료 약정도 없다면, 이 씨의 요구에 바로 응해야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분묘기지권의 성립 경위가 다르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기 소유 토지에 묘를 설치한 뒤 경매 등으로 토지 소유권이 넘어가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지료를 청구할 수 있고, 지료를 2년분 이상 연체하면 권리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관련 규정은 2001년 1월 13일 이후 설치된 분묘부터 적용됩니다. 그 이후 토지 소유자 등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는 토지사용권 등을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설치 시점과 승낙 여부도 따져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묘의 설치 경위와 장기간의 공개적 관리가 확인되고 사용료 약정이 없다면, 사용료를 당연히 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14006 판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6다14036 판결; 대법원 1967. 10. 12. 선고 67다1920 판결; 대법원 1995. 2. 28. 선고 94다37912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6850 판결;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제3항; 장사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6158호) 부칙 제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