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이 씨는 장비업자 한 씨에게 1,200만 원짜리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면서 매달 120만 원씩 나눠 내기로 했고, 대금을 다 갚을 때까지 소유권은 한 씨에게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머신을 인도받은 뒤 다섯 달 동안 할부금을 낸 이 씨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중고 장비를 찾던 최 씨에게 머신을 팔았습니다. 거래 때 최 씨는 할부금이 아직 남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소유권 유보 약정이 적힌 계약 내용은 확인하지 않은 채 머신을 가져갔습니다.
할부금을 절반 냈더라도, 이 씨가 되팔면 최 씨가 에스프레소 머신의 소유자가 될 수 있을까요?
대금을 모두 지급할 때까지 판매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기로 약정했다면, 물건을 먼저 인도받았더라도 대금 완납 전 소유자는 판매자입니다. 할부금을 상당 부분 냈다는 사정만으로 달라지지 않고, 전액을 내면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소유권이 매수인에게 넘어갑니다.
따라서 이 씨가 대금을 다 갚기 전에 머신을 최 씨에게 팔았더라도, 최 씨가 선의취득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한 씨가 처분을 추인하지 않았다면 소유권은 이전되지 않습니다. 이 사례처럼 최 씨가 할부금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확인하지 않았다면 선의취득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할부금 완납 전에는 매수인이 물건을 넘겨도 소유권이 자동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9367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