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시에 사는 송민재 씨는 결혼을 생각하며 교제하던 한유리 씨에게 몇 달 동안 학원비와 주거비 명목으로 모두 2,400만 원을 보냈고, 여행용 카메라도 선물했습니다. 두 사람은 가족에게 서로를 소개할 만큼 가까웠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는 문제로 헤어졌습니다. 이후 민재 씨는 유리 씨의 인감이 찍힌 ‘갚겠다’는 각서 사본을 내밀었고, 유리 씨는 도장을 잃어버려 주민센터에 인감변경 신고를 한 뒤라며 돈은 생활비 지원이었고 각서 원본도 본인이 작성한 게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각서 사본만으로 2,400만 원을 대여금이라고 인정받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문서는 원본을 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대방이 원본의 존재와 성립을 인정하고 사본 사용에 이의가 없다면 사본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본 자체를 증거로 내면서 상대방이 다투는 경우에는 그 사본과 같은 원본이 실제로 있었고, 원본이 진정하게 작성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인감변경 신고 시점과 각서에 찍힌 인영 등을 살펴도 그 점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사본만으로는 대여 사실을 뒷받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 각서가 진정하게 작성됐다고 해서 곧바로 대여금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교제 관계와 돈을 보낸 경위, 돈을 주고받을 당시 반환 약속이 있었는지, 반환을 요구한 시점 등 전체 사정을 함께 봅니다. 이 가상 사례에서도 연인 사이에 생활비 등을 지원한 정황이 있고, 헤어진 뒤에야 반환을 요구했다면 대여가 아니라 호의로 준 돈이라고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각서의 진정성립과 실제 대여 약속을 각각 입증해야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 민사소송법 제355조 제1항; 대법원 1999. 11. 12. 선고 99다38224 판결;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6133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1. 1. 13. 선고 2010가합597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