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의 한 기업 구내식당 운영자 한서윤은 수산물업체 이도현에게 냉동 명란 600kg을 주문했고, 견적서에는 노르웨이산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물량과 단가만 적고 원산지를 반드시 노르웨이산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은 두지 않았습니다. 노르웨이산 재고가 떨어지자 이도현은 칠레산 명란을 보내면서 거래명세서와 포장에는 노르웨이산이라고 표시했고, 한서윤은 이를 뒤늦게 알았지만 급식은 차질 없이 운영했으며 이후 다른 업체와 같은 가격으로 칠레산을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견적서와 다른 원산지의 제품을 표시까지 바꿔 납품했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요?
계약 위반을 이유로 해지하려면, 위반한 의무가 계약 목적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주된 의무여야 합니다. 그 의무가 지켜지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애초에 계약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요한 조건인지가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 사례에서는 명란으로 급식을 정상 운영했고, 구매자가 계약에서 노르웨이산을 필수 조건으로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또 계약을 끝낸 뒤 다른 업체와 같은 가격으로 칠레산을 공급받기로 한 점도 고려됐습니다. 따라서 원산지 표시가 잘못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의무를 계약 해지가 가능한 수준의 주된 의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견적서에 원산지가 적혀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대법원 1997. 4. 7.자 97마575 결정, 인천지방법원 2006. 1. 12. 선고 2005가합1262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