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효자동에서 작은 제과점을 운영하는 윤서 씨는 주방용 냉장고를 480만 원에 새로 들였습니다. 가동해 보니 표시 온도는 설명서에 적힌 4℃까지 내려가지 않고 10℃ 안팎에 머물렀지만, 윤서 씨는 새 제품이라 자리를 잡는 중일 것이라 여기고 판매업체에 점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크림 케이크가 상했고, 뒤늦게 방문한 수리기사는 냉각회로에 이상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제품의 이상을 알아차리고도 바로 점검을 요청하지 않아 손해가 커졌다면, 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을까요?
민법은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으면 매수인이 일정한 요건 아래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하자담보책임은 매도인에게 과실이 없어도 인정될 수 있는 책임이어서, 채무불이행에 관한 과실상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손해배상 범위를 정할 때는 하자의 발생이나 손해 확대에 매수인의 잘못이 보태졌는지 공평의 관점에서 살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매수인이 하자를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적절히 대응하지 않아 손해가 커진 과실이 있다면, 법원이 그 사정을 손해배상 범위에 반영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매도인이 따로 과실상계를 주장하지 않았더라도 소송 자료에 그런 사정이 드러나면 법원이 직권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윤서 씨의 경우에도 배상액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을 알고도 점검을 요청하지 않은 사정이 인정되면 손해액 산정에 고려될 수 있습니다.
참고: 「민법」 제580조 제1항, 「민법」 제575조 제1항, 「민법」 제396조, 「민법」 제581조, 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다2392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