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외곽의 과수원 부지를 판 임 씨는 매수인 박 씨와, 매매대금 잔금 외에 양도소득세 부담분에 해당하는 금액도 지급받기로 약정했습니다. 박 씨가 그 돈을 제때 내지 못하자 두 사람은 지급기일을 여러 차례 미뤘고, 마지막 합의서에는 2024년 9월 30일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계약이 자동으로 실효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박 씨에게 돈을 빌려준 최 씨는 임 씨에 대한 박 씨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 행사했고, 그 통지는 박 씨에게도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박 씨가 최종 기한까지 돈을 내지 못해 계약은 합의서에 따라 실효됐습니다.
채권자대위권 행사 통지를 받은 뒤 매수인이 약정한 돈을 내지 않아 계약이 끝났다면, 채권자는 그 계약 실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민법 제405조 제2항은 채무자가 대위권 행사 통지를 받은 뒤 권리를 처분하더라도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도록 해, 채권자의 대위권 행사가 방해받지 않게 합니다. 다만 대법원은 채무자의 객관적인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되거나,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계약이 자동으로 실효되는 경우까지 곧바로 채무자의 권리 처분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채무불이행만으로 권리가 바로 변동되는 것은 아니고, 계약 상대방의 해제는 그 불이행에 대한 정당한 대응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최 씨는 박 씨의 채무불이행에 따라 계약이 실효됐다는 이유만으로 그 효력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겉으로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계약 해제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임 씨와 박 씨가 짜고 계약을 끝냈거나 채권자에게 대항하려고 그런 외관만 만든 경우라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통지 후 계약이 끝났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실제 채무불이행에 따른 종료인지 살피는 것입니다.
참고: 「민법」 제405조 제2항; 대법원 2012. 5. 17. 선고 2011다87235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