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시 외곽에서 지상권을 설정받아 작은 창고를 소유한 한지훈 씨는 장마 뒤 땅에 물이 고이고 지반이 내려앉을 조짐이 보이자, 자기 비용으로 배수로를 정비했습니다. 공사비 480만 원을 토지소유자 박정희 씨에게 청구했지만, 박 씨는 “내 땅의 공사비를 왜 내가 내느냐”며 난감해했습니다. 두 사람이 거래를 진행할 때 중개한 김 대표에게도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문의했습니다.
지상권자가 지반 침하를 막으려고 한 배수공사비를 토지소유자에게 청구할 수 있을까요?
임대차에서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하지만, 지상권설정자의 의무는 다릅니다. 지상권설정자는 지상권자가 토지를 이용하는 것을 용인하면 되고, 토지를 사용하기 좋은 상태로 계속 관리할 의무까지 부담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상권자가 토지에 지출한 비용이 필요비라면 토지소유자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다만 토지의 가치를 높이거나 토지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유익비라면 달리 볼 여지가 있습니다. 지상권자에게 유익비 상환을 인정하는 명문 규정은 없지만, 일반적인 견해는 임대차와 전세권의 비용상환 규정을 유추해 상환청구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배수공사라는 이름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고, 공사가 통상적인 필요비인지, 토지에 유익한 개선을 가져온 비용인지가 관건입니다.
배수공사비는 공사의 목적과 효과에 따라 필요비인지 유익비인지 가려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623조, 민법 제626조, 민법 제310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