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양평군에서 종중원 김도현 씨는 종중 땅의 등기명의를 맡고 있었습니다. 종중 대표 박성호 씨의 승낙을 받아 그 땅에 견고한 목공 작업장을 짓고 김 씨 명의로 등기했지만, 몇 년 뒤 종중이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토지 소유권을 되찾았습니다. 박 대표가 작업장 철거를 요구하자 김 씨는 중개사 이 대표에게 “제가 건물을 지었으니 토지를 계속 쓸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종중 땅에 종중원의 명의로 건물을 지었다가 토지 소유권이 종중에 돌아오면, 건물 소유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종중 부동산을 종중원에게 명의신탁한 경우, 종중원은 종중과의 내부 관계에서 그 땅이 자기 소유였다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토지 위에 건물을 지었다는 사정만으로 명의신탁이 해지된 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명의신탁 토지 위에 수탁자가 건물을 지은 사안에서, 토지 소유명의가 신탁자에게 돌아왔더라도 수탁자가 법정지상권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건물 자체의 등기명의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 경우에도, 신탁자가 제3자에게 건물이 자기 소유라고 주장해 토지와 건물이 같은 사람 소유였음을 전제로 한 법정지상권을 얻기는 어렵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다만 종중이 대가 없이 건축을 허락했다면, 구체적 사정에 따라 사용대차로 볼 여지는 있습니다. 이때 법정지상권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며, 건물의 견고함과 해체 가능성, 사용 기간, 종중이 건축을 알고 승낙한 사정, 종중이 토지를 돌려받아야 하는 이유 등을 살펴 사용·수익을 얼마나 더 허용할지 판단하게 됩니다. 기간을 정하지 않은 사용대차라면 충분한 사용 기간이 지났는지와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공평한지도 고려됩니다.
따라서 김 씨가 법정지상권을 당연히 취득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별도의 사용대차 관계가 성립했는지는 건축 승낙의 내용과 사용 경위에 따라 따져봐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1986. 5. 27. 선고 86다카62 판결;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29043 판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본문; 같은 법 제2조, 제8조; 민법 제609조; 제613조 제2항; 대판 2001. 7. 24. 2001다23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