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소를 운영하는 서민호 씨는 이미 여러 곳에 빚이 있었고, 거래처에 받을 인쇄대금 6,000만 원도 남아 있었습니다. 서 씨는 김지은 씨가 그 돈을 우선 회수하도록 새 채무를 부담하면서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공정증서를 작성했고, 김 씨는 이를 근거로 인쇄대금채권을 압류해 전부받았습니다. 다른 채권자 박정우 씨는 남은 재산만으로는 빚을 갚기 어렵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특정 채권자가 공정증서를 이용해 채무자의 채권을 압류·전부받은 경우, 다른 채권자들이 이를 사해행위라고 다툴 수 있을까요?
사해행위가 되려면 그 행위로 채무자의 재산 상태가 나빠져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가 줄어들어야 합니다.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다면 그 상태를 더 악화시켰는지도 살펴봅니다. 따라서 특정 채권자가 강제집행으로 먼저 변제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사해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처음부터 특정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채권을 넘겨주려는 목적 아래 채무를 부담하고 공정증서를 작성한 뒤 압류·전부까지 이루어졌다면, 실질적으로 그 채권을 양도한 것과 다름없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따져야 합니다. 그런 사정과 재산 상태 악화가 인정되면 사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압류·전부라는 형식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특정 채권자에게 재산을 넘기려 했는지와 그 결과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가 줄었는지입니다.
참고: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778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