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작은 아파트에 살던 정민 씨는 한빛카드와 회원가입계약을 맺은 뒤, 한 달쯤 지나 자신이 가진 유일한 부동산을 서준 씨에게 팔고 매매대금을 현금으로 받았습니다. 몇 주 후 정민 씨는 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대금이 쌓이자 연체했습니다. 한빛카드는 아파트를 팔 당시 이미 카드 회원이었으니 그 매매를 취소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카드 가입계약만 먼저 맺어 둔 경우에도, 나중에 생긴 카드대금 채권으로 아파트 매매를 취소할 수 있을까요?
채권자취소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 전에 이미 생긴 채권을 보호합니다. 다만 그 행위 당시 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이미 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생길 가능성이 높았으며, 실제로 그 가능성이 현실화됐다면 예외적으로 나중에 성립한 채권도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용카드 가입계약만으로 카드사의 대금채권이 곧바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카드사가 채권을 갖게 되는 것은 회원이 실제로 카드를 사용하거나 자금 융통을 받는 등 별도의 법률관계가 성립한 뒤입니다. 따라서 가입계약만 먼저 체결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계약을 장래 카드대금 채권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카드 가입계약만으로는 이후 발생한 카드대금 채권을 근거로 앞선 재산 처분을 취소하기 어렵습니다.
참고: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81870 판결, (판례 인용 제외 — 원문에 없음),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다4095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