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다가구주택 소유자 오 씨는 박 씨에게 빌린 8천만 원을 갚지 못하자, 그 빚을 보증금으로 적은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박 씨는 전입신고를 하고 열쇠도 받았지만 실제로 이사하거나 집에서 생활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후 집을 산 정 씨가 직접 거주하자, 박 씨는 임차인이라며 집을 비워 달라고 요구했고 매매를 중개한 김 대표도 계약 경위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살 목적 없이 기존 빚을 우선변제받으려고 임대차 형식만 갖춘 경우에도, 새 집주인에게 대항력을 주장해 집을 비워 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임대차는 임차인이 집을 사용하고 이익을 얻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따라서 실제로 거주하거나 사용할 생각 없이 기존 채권을 우선변제받으려고 보증금을 정하고, 인도와 전입신고를 갖춰 임대차처럼 보이게 한 계약은 주택임대차계약으로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계약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박 씨처럼 임대차 형식만 빌렸고 실제 주거 목적이 없었다면, 그 대항력을 내세워 새 소유자 정 씨에게 주택을 비워 달라고 요구하기 어렵습니다. 전입신고와 열쇠만으로 실제 임대차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대법원 2002.03.12. 선고 2000다24184,2419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