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서 금속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한도윤 씨는 사업자금으로 서민석 씨에게 돈을 빌리면서 공장에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두 사람은 추가 대여도 염두에 두고 결산기를 2년 뒤로 정했지만, 남은 채무를 갚아 나가는 동안 14개월 넘게 새 대여나 거래가 끊겼고, 공장도 폐업해 다시 거래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서 씨가 “결산기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자, 한 씨는 중개사 유라희 씨에게 현재 남은 채무를 확정하고 갚은 뒤 근저당권을 말소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거래가 사실상 끝났고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면, 결산기 전에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확정하고 갚을 수 있을까요?
근저당권에 결산기나 존속기간을 정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날짜가 와야 피담보채무가 확정됩니다. 다만 담보된 채권이 모두 사라졌고 채무자가 새로 돈을 빌리는 등 거래를 이어갈 뜻도 없다면, 그 날짜 전이라도 계약을 해지하고 근저당권 말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판례는 결산기 전이라도 상당 기간 거래가 없고, 앞으로 거래를 계속할 수 없다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으며, 채무자에게도 거래를 계속할 의사가 없다면 근저당권자에게 그 뜻을 표시해 피담보채무를 확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한 씨는 단순히 거래가 뜸했다는 사정만이 아니라 폐업, 추가 대여 중단 등 거래가 재개되기 어렵다는 점을 뒷받침해 현재 채무를 확정한 뒤 변제를 구할 수 있습니다. 결산기나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에는 별도 확정 약정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결산기 전 확정 가능성은 거래 중단의 객관적 사정과 당사자의 의사로 판단합니다.
참고: 대법원 2002. 5. 24. 선고 2002다717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