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딸 민서와 아들 준호는 남은 재산을 정리했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은행 대출금 3천만 원이 있었고, 거래처 동해상사에는 받아야 할 물품대금 1천8백만 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민서가 빚을 모두 맡고 동해상사 대금도 전부 받기로 했지만, 은행은 준호의 채무까지 민서에게 넘기는 데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형제끼리 합의하면 상속받은 빚과 받을 돈을 원하는 대로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을까요?
금전채무와 금전채권처럼 나눌 수 있는 권리·의무는 상속이 시작되는 때 각 상속인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뉘어 귀속됩니다. 그래서 통상적인 상속재산분할협의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형제끼리 한 사람이 자기 몫보다 많은 빚을 맡기로 약속해도, 실질은 채무인수이므로 채권자인 은행의 승낙이 있어야 합니다. 은행이 승낙하지 않으면 각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에 따른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 상속인이 자기 몫을 넘는 금전채권을 받기로 했다면, 상속재산분할협의만으로 거래처에 그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인 사이에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채무자인 거래처에 통지해야 합니다. 빚을 한 사람에게 넘길 때는 채권자의 승낙, 받을 돈을 한 사람에게 넘길 때는 채무자에 대한 통지가 관건입니다.
참고: 대판 1997. 6. 24. 선고 97다8809, 민법 제454조, 대판 1980. 11. 25. 선고 80다카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