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외곽의 식품공장을 운영하는 한서진 대표는 자동 포장라인을 설계부터 설치까지 맡기는 계약을 설비업체 문태호 대표와 체결했습니다. 중도금 지급일이 지났지만, 시운전 중 핵심 장치에서 큰 이상이 발견돼 정상 가동 여부가 불투명해졌습니다. 문 대표는 공사를 이어가려면 중도금이 필요하다고 재촉했고, 한 대표는 설비가 제대로 완성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돈부터 지급하기 어렵다며 버텼습니다.
중도금 지급이 늦어진 상태라도, 설비에 중대한 하자가 있으면 시운전이 성공할 때까지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까요?
설계와 시공을 함께 맡기는 방식의 도급계약에서는 수급인이 단순히 설비를 만들어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약정한 목적과 성능을 갖춘 결과를 내야 합니다. 대법원은 자동화설비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시운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경우, 도급인이 중도금 지급을 늦긴 했더라도 시운전이 성공할 때까지 중도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자가 고칠 수 없거나, 고칠 수 있어도 너무 오래 걸려 계약 목적을 이룰 수 없다면 중도금 이행을 먼저 제공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하자의 중대성 및 계약 목적 달성 가능성을 따져야 하는 사안입니다.
설비가 정상 작동할지 불투명할 만큼 하자가 중대하다면, 시운전 성공 전까지 중도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참고: 대법원 1996.8.23, 선고, 96다1665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