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외곽에서 작은 상가를 빌리려는 박 씨는 과거 거래처 정 씨에게 빌린 2,400만 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자명부에 이름이 올랐습니다. 계약을 앞두고 정 씨는 “갚을 날짜를 6개월 미뤄주고 말소에도 동의하겠다”며 확인서를 써주겠다고 했고, 중개사 김 대표는 박 씨에게 그 서류만으로 명부에서 빠질 수 있는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채무 상환을 미루기로 하고 채권자가 말소에 동의하면, 명부에서 이름을 지울 수 있을까요?
채무가 변제되거나 다른 사유로 소멸한 사실이 증명되면, 채무자는 법원에 말소를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말소 결정을 해야 합니다. 대물변제·공탁·면제·상계·소멸시효 완성 등도 채무가 소멸하는 사유가 될 수 있으며, 그 사실을 증명하는 데에는 특정한 증거 방식만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상환기한을 늦추거나 이행조건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채무가 소멸하지 않습니다. 채권자가 말소에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말소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박 씨가 정 씨에게서 받은 확인서가 단순한 유예와 동의만을 담고 있다면, 그 서류만으로 말소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명부에 오른 다음 해부터 10년이 지나면 법원은 직권으로 이름을 말소해야 합니다. 또 등재결정이 취소되거나 신청이 취하된 경우, 또는 등재결정이 확정된 뒤 채권자가 말소를 신청한 경우에는 명부를 비치한 법원의 법원사무관 등이 바로 말소합니다. 핵심은 채권자의 동의가 아니라 채무가 실제로 소멸했는지, 또는 별도의 말소 사유가 있는지입니다.
참고: 민사집행법 제73조 제1항, 제3항; 민사집행규칙 제34조 제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