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외곽의 단독주택을 빌린 임차인 이수진 씨는 장맛비가 이어진 밤, 집 뒤 경사면이 무너지면서 흙과 돌이 담장과 주택 뒤편 벽 일부를 뚫고 들어와 장롱과 소파가 망가지는 일을 겪었습니다. 이 씨는 계약 전부터 배수로가 막혀 있고 경사면이 불안해 보였다고 주장하며 가구 손해까지 배상하라고 요구했지만, 임대인 박도현 씨는 집 자체는 수리하되 가구 손해는 별개라고 맞섰습니다. 계약을 중개한 정다은 대표는 당시 촬영한 주택 외부 사진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경사면 붕괴로 임차인의 가구가 망가졌다면 임대인에게 그 손해까지 배상할 의무가 있을까요?
민법 제623조에 따라 임대인은 임대차가 이어지는 동안 임차인이 계약 목적에 맞게 주택을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다만 수선의무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는 주택의 종류와 용도, 파손의 정도와 위치, 사용에 미친 영향, 수선의 난이도와 비용, 계약 당시 상태와 차임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주택 주변의 위험 때문에 임차인의 안전이나 다른 재산에 손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의 가구 같은 별도 재산을 보호할 방호조치까지 해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 위험이 계약 목적대로 주택을 사용·수익하는 데 방해가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위험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다는 주장만으로 가구 손해 배상책임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주택 수선의무와 임차인 소유 가구의 손해는 구분해 살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623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740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