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솔시 외곽의 땅을 둘러보던 도예가 이수진 씨는 언젠가 개발제한이 풀릴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도예공방과 전시장을 세울 생각으로 시의 공개매각에 참여해 460㎡ 토지를 2억 8천만 원에 샀습니다. 매각 조건에는 당시 개발 제한과 매각 뒤 행정상 제한에 대한 책임을 시가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이 씨는 공방을 열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이듬해 땅이 공공공지로 지정되고 수용 절차가 진행되자, 이 씨는 중개사 한도윤 씨에게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매수 뒤 토지가 공공공지로 지정돼 공방을 지을 수 없게 된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요?
사정변경에 따른 계약 해제는 예외적으로 인정됩니다. 계약을 맺을 때 예상하기 어려운 중대한 객관적 사정의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가 해제를 구하는 당사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했으며, 계약을 그대로 지키게 하는 것이 신의칙에 현저히 어긋나야 합니다. 계약 당사자 한쪽의 개인적인 계획이나 기대가 빗나간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씨가 공방을 열지 못하게 된 것은 큰 손실이지만, 공방 운영은 이 씨의 매수 목적에 해당합니다. 매각 당시 개발 제한과 사후 행정 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계약서에도 관련 내용이 있었다면 개인적 목적의 좌절만으로 계약을 해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시가 매각 과정에서 개발 제한이 곧 풀리거나 건축에 문제가 없다고 전제했음을 뒷받침하는 자료 등, 계약의 객관적 기초가 달랐다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면 판단이 달라질 여지는 있습니다.
현재 드러난 사정만으로는 계약 해제와 대금 반환을 기대하기 어렵고, 매각 당시 시가 무엇을 설명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 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8다44368 판결,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4다3130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