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충청북도 솔내읍에서 밭을 소유한 서진아 씨는 임대차가 끝난 뒤 밭을 직접 점유하지 않은 채 봄 농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근 경작자 강태훈 씨가 밭 가장자리의 말뚝을 옮기고 농기계를 들여놓아 경작 준비를 방해했고, 주민들은 오랫동안 진아 씨의 허락을 받아 밭 한쪽을 지름길로 이용해 왔습니다. 최근 다른 마을길이 새로 열리자 진아 씨는 밭을 다시 경작하고 옛 통행로 이용도 끝내겠다고 알렸습니다.
밭을 점유하지 않는 소유자도 경작 방해를 막고, 새 길이 생긴 뒤에는 오랫동안 허용해 온 통행을 중단시킬 수 있을까요?
소유자는 밭을 직접 점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소유권에 기초해 경작을 방해하는 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점유 여부가 경작 방해 금지 청구의 조건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한편 소유자가 오랫동안 토지 통행을 허용했다면 기존 이용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이를 존중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소유권의 사용·수익 권한을 영구히 잃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례처럼 새 길이 생겨 통행 여건이 객관적으로 크게 달라졌다면, 그 사정변경 이후에는 소유자가 다시 토지의 사용·수익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점유하지 않아도 경작 방해를 막을 수 있고, 통행 허용도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으면 끝낼 수 있습니다.
참고: 대법원 1961. 11. 16. 선고 60다836 판결;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5413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