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서 빵집을 준비하던 이지안 씨는 금속가공업자 장태수 씨에게 냉장 진열장 제작을 맡기면서, 개점일 전까지 완성하지 못하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을 넣었습니다. 상가를 중개한 김 대표가 작업장을 소개했지만 도급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었습니다. 개점일이 다가와도 진열장이 완성되지 않자 이 씨는 이행을 재촉하는 별도 절차 없이 계약 해제를 통보했고, 장 씨는 먼저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계약서에 정한 제작기한을 넘겼다면, 이행을 먼저 최고하지 않고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요?
계약서에 해제 조항이 있다고 해서 그 조항의 의미가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닙니다. 법정해제권을 확인하는 취지일 수도 있고, 당사자가 별도의 약정해제권을 정해 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는 계약 목적과 조항을 둔 경위, 문구의 내용을 함께 살펴 판단합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일반적인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해당 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정했는지, 그 사유가 한쪽 당사자의 이행에만 관련되는지, 이행을 최고해도 실익이 없는 사정이 있는지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씨의 해제가 적법한지는 특약의 문언과 계약 당시의 사정을 토대로 그 조항이 약정해제권을 유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 점이 인정된다면 법정해제의 이행 최고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해제가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기한을 넘기면 해제할 수 있다’는 문구만 보지 말고, 당사자가 최고 없이 해제할 권리까지 정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참고: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4다14429, 1443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