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소형 업무시설을 지은 시공업자 강민수 씨는 건물주 서은정 씨에게 공사 잔금 4,800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그 채권을 전세금으로 갈음해 2층 한 호실에 전세권을 설정·등기했고, 강 씨는 몇 달 뒤 그 호실을 디자인업체에 빌려줬습니다. 그러던 중 건물에 경매가 시작되자, 강 씨의 전세권이 담보로서 인정될지 문제가 됐습니다.
전세금을 실제로 주고받지 않고 공사대금채권으로 대신한 전세권도 효력이 있을까요?
민법상 전세권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권리이면서, 전세금을 다른 권리자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기존 채권을 전세금 지급에 갈음할 수 있고, 전세권 설정 때 목적물을 바로 넘겨받지 않았더라도 장차 사용·수익할 가능성을 완전히 막지 않았다면 전세권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강 씨가 공사대금채권을 전세금으로 처리하고, 호실을 실제로 임대해 사용·수익의 길을 열어 둔 사정은 전세권 효력을 인정할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전세권을 설정할 의사 없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겉으로만 등기한 경우라면 통정허위표시로 무효가 될 수 있어, 계약의 실질과 당사자의 의사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현실적인 전세금 지급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전세권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참고: 민법 제303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7217 판결;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3574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