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이도현 씨는 과수원 옆 자투리 땅을 22년 넘게 길처럼 다듬어 쓰며 경계를 관리해 왔습니다. 뒤늦게 확인해 보니 그 땅은 한 문중 소유로, 종원 박 씨 명의로 맡겨져 있다가 최근 다른 종원 최 씨 명의로 등기가 바뀌었습니다. 이 씨가 취득시효 등기를 신청하기도 전에 명의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20년 넘게 점유해 온 땅의 명의가 새 사람에게 넘어갔다면, 이 씨는 그 사람에게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민법은 부동산을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한 경우에도 등기를 해야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기간이 지났더라도 점유자가 등기를 마치기 전에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면, 원칙적으로 그 제3자에게 취득시효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등기 이전의 원인이 시효 완성 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정만으로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명의신탁 부동산도 등기명의가 바뀌면 외부적으로는 새로운 권리변동으로 취급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효 완성 후 기존 명의수탁자에서 새 명의수탁자로 등기가 옮겨졌고 그 등기가 유효하다면, 새 명의수탁자에게 시효취득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다만 등기가 무효인 경우는 별도로 살펴야 하고, 기존 등기명의인이 제3자에게 부동산을 신탁한 특정한 경우에는 점유자가 기존 명의자의 권리를 대위해 행사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습니다. 신탁의 경위와 등기 이전의 법적 성격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이 씨의 점유기간만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습니다. 시효 완성 뒤 등기명의가 바뀐 경위와 그 등기의 유효성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참고: 민법 제245조 제1항; 대법원 1998. 7. 10. 선고 97다45402 판결;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다8861 판결; 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다21987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다43894 판결